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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어디까지 올라야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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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부국장 겸 금융부장

이투데이

‘국민 행복’ 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있다. 히말라야산맥에 둘러싸여 있고 인도와 네팔, 방글라데시를 이웃으로 뒀다.

국가 면적이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쳐 세계 135위이고 인구는 약 80만 명에 불과하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3100달러 정도로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 소국이자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그런데 국민 행복지수가 한동안 세계 1위였다.

3무(거지·담배·교통신호등) 3유(무상교육·무상주택·무료의료)로 유명한 부탄이 그 주인공이다.

2008년 제5대 왕인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는 국내총생산(GDP) 대신 국민행복지수(GNH)를 국가 정책의 기본 틀로 설정했다. 잘 사는 나라보다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 가난한 나라 국민은 왜 행복하다고 느끼며 비결은 뭘까.

부탄 국민의 76%는 라마교(티베트 불교)를 믿는다. 불교적 전통과 문화가 사람들의 정신적 뿌리다. 기본적으로 남과 비교해 자신을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금물이다. 자기 수행을 통해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삶에서 행복을 찾는 게 국민 정서인 셈이다. 척박한 경제 환경은 행복을 찾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너도나도 다 함께 가난하다 보니 비교 대상이 없었다.

그런데 부탄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국민이 외부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이 나라는 사실 철저히 고립정책을 펼쳐왔다.

1999년 들어서야 세계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인터넷과 TV가 보급됐을 정도로 부탄은 문명의 편리에서 벗어나 있었다. 아직도 장마철이 되면 비가 그치기를 기원하는 기청제를 스님이 집전한다고 한다.

2000년 후반부터는 스마트폰 보급도 시작되면서 함께 가난해 시기나 질투 없이 행복했던 국민 의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신문명은 이들의 일상을 불만스럽게 했다. 특히 젊은이들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외부 세계와 접촉하게 되면서 현실에 눈을 뜨게 됐다.

유엔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1등의 영예를 안았던 부탄은 결국 2017년에 최하위권(97위)으로 추락했다.

2020년 문재인 대통령은 부탄 총리와 통화에서 “부탄 정부가 국민행복지수를 지표 삼아 사람 중심 국정 운영을 하는 것에 감명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는데, 이미 부탄 국민들은 시나브로 행복을 잃어가고 있었다.

부탄처럼 절대 빈곤에서 외부 세계에 눈을 뜬 것도 아닌데, 우리 경제 현실은 부탄과 같이 흘러간다.

최근 만난 한 금융사 임원은 “연봉 9000만 원 받는 후배가 1억 준다는 회사로 이직한다고 했을 때 예전 같았으면 만류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소리하면 ‘꼰대’로 취급받는다”고 하소연했다. 동료가 회사를 관둔다고 하면 예전에는 ‘어느 회사로 옮기냐’고 물어봤지만, 지금은 ‘얼마나 더 받고 가는 거냐”고 먼저 묻는다.

비교는 경쟁을 낳고 경쟁이 과열되면 거품을 유발한다.

인센티브를 포함해 연 9000만 원을 받는 1~2년 차 대기업 직원들이 다른 회사와 비교해 1억 원에 못 미치는 연봉을 용납할 수 없다며 시위하는 것이 생산적인 일인지 모르겠다. 희망퇴직을 하며 수억 원을 받는 금융사 직원들이 “정년 보장도 안 되는 이런 더러운 직장”이라고 신세 한탄을 하는 것이 과연 경제 윤리적으로 맞는 이치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로 주식·채권·부동산 등 자산 시장뿐 아니라 임금에도 버블이 커졌고 곧 이 거품이 터지며 극심한 경제침체가 발생할 거라고 걱정한다.

돈 많이 벌어 회사가 다 끌어안고 있으란 게 아니다. 협력업체, 금융소비자 등 경제 생태계 상생 그물을 촘촘히 짜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고 할 수 있지만, 늘 내 옆에는 ‘불행의 시작’인 나보다 더 잘 사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vicman1203@

[이투데이/박성호 기자 (vicman1203@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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