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런던 금융가, ‘저탄소’ 기업에 투자 유도하는 기후 금융이 ‘화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후 청년의 런던 견문기 ⑨]

한겨레

금융지구 시티오브런던의 상징 용 동상. 박소현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런던의 중심가에는 앞발로 빨간색 십자가가 그려진 방패를 세우고 혀를 내밀고 있는 용 동상을 볼 수 있다. 용 동상과 주위에 높은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다면 ‘시티오브런던’이라는 런던의 금융 중심가에 진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2.9㎢의 작은 면적을 차지하여 스퀘어 마일(Square Mile)로도 불리지만 영국의 대표 금융가이자 독립된 시장과 경찰권을 가진 특별한 자치구역이다.

최근 스퀘어 마일의 금융기관들은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에 대한 금융배출량을 줄이고 저탄소 경제에 투자하는 ‘기후금융’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금융(climate finance)이란 저탄소 경제의 실현을 위해 탄소 배출이 적은 기업에 투자를 유도하는 자금 흐름을 말한다. 수많은 세계 금융기관들이 자리하고 있는 시티오브런던의 기후금융 정책은 영국을 넘어서 글로벌 자본시장의 탈탄소화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금융기관들의 금융배출량을 국가 배출량으로 계산하면 세계 9위에 해당한다. 이에 세계자연기금(WWF)과 영국 그린피스는 영국의 민간금융기관들이 파리협정 목표와 일치하는 전환계획을 세우고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그중에서 시티오브런던 법인은 2010년부터 기후변화 적응 전략을 발표하고 ‘2020-2027 기후행동전략’에서 2040년까지 넷제로(탄소순배출량 0)를 선언하며 기후금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27년까지 기업내부 온실가스 배출량을 넷제로로 만들고 2040년까지 스퀘어 마일 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금융 투자 및 공급망을 넷제로로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단기적으로 금융 포트폴리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까지 24% 줄이고 점진적으로 2040 목표를 실현할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라 모든 투자 매니저는 2022년 말까지 2050년 혹은 이전 넷제로 목표와 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에 맞는 전환경로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2022년 말까지 최소 한 차례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에 공개해야 한다. 모든 투자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기후변화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여 파리협정에서 회원국들이 합의한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 온도를 1.5도 이내에 묶어두기로 한 목표 달성을 위한 경로와 부합하게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스퀘어 마일에 있는 금융업들도 시티오브런던의 기후금융 흐름에 함께하고 있다.

한겨레

금융지구 시티오브런던의 상징. 박소현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 중 하나인 런던증권거래소는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에게 친환경경제 마크를 부여하여 현재까지 117개 친환경 기업에 시가총액 1570억 파운드(2130억 달러, 약 274조원)를 창출했다. 은행산업에서는 시티오브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에이치에스비시(HSBC), 바클레이, 스탠다드 차티드 은행 등은 화석연료 투자를 줄이고 친환경산업에 대한 대출, 보증 등의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은행 외에도 주요 보험사, 재보험사, 증권사 등도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고 있다. 기후금융을 통해 금융기관들은 기후변화로 초래되는 좌초 자산의 위험을 방지하고 저탄소 사회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이렇게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티오브런던은 2016년에 그린본드(녹색채권) 이니셔티브를 출범하고 영국 정부기관들과 공동으로 녹색금융기관(Green Finance Institute)을 설립하며 공적 기후금융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개발도상국의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친환경 기술과 재원을 제공하는 기후금융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과 기후금융리더십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투자자들은 수익성이 높은 석탄발전소 혹은 석유 관련 투자를 선호했지만 기후변화는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성이라는 새로운 투자 기준을 만들었다. 그 결과 시티오브런던과 같은 거대 금융가들의 녹색투자는 사회의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친환경 산업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후금융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향후 더 많은 금융기관들의 참여와 금융기관들이 넷제로 목표를 어떻게 이행하는지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박소현 런던대 대학원생(환경 전공)·유튜브 <기후싸이렌> 패널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항상 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 신청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