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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美 낙태권 폐기판결…국회 낙태죄 폐지 개정 입법은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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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헌법불합치 결정…대선·보궐선거 등에 낙태죄 폐지 논의 '실종'

여성·종교·의료계 복잡한 이해관계 속 입법사한 1년6개월 넘겨

향후 입법 전망도 난항 예고…민주 신현영 "낙태법 관련 논의 필요"

연합뉴스

'대법원은 수치다' 규탄 시위 벌이는 미 낙태 옹호론자
(인디애나폴리스 AP=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보장 판례 폐기 결정 다음 날인 25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의 주의회 의사당 앞에서 낙태권 옹호론자들이 '대법원(scotus)은 수치다'라고 적힌 피켓 등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전날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1973년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했다. 2022.6.26 leekm@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낙태 합법화를 골자로 한 이른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하면서 국내 관련법 논의의 현주소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이 낙태권 관련 논쟁에 불을 지피면서 한국 역시 낙태죄 문제에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됐다.

한국에서는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를 전면 금지한 현행 처벌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낸 바 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낙태를 전면 허용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국회에 2020년 말까지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관련 대체입법 논의가 시작됐으나, 이후 3년 넘게 후순위로 밀려 별다른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채 입법공백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정부와 여야는 입법 시한이던 2020년 말이 가까워져 오자 부랴부랴 관련 입법에 나섰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낙태죄를 완전히 폐지하는 안을, 박주민 의원은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해주는 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낙태 허용 기간을 10주로 제안하는 안을 발의했다.

여기에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정부안 등을 포함해 현재 6건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 등 유관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2020년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상태에서 관련 공청회를 열기도 했으나 이후 절차가 유야무야되면서 낙태죄 폐지 논의는 제자리걷기를 이어가고 있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야의 입장차가 감지되는데다 여성계와 종교계, 의료계에서도 각기 다른 주장들을 내놓고 있어 앞으로도 국회 입법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개정안들의 경우 '낙태죄 전면 폐지' 또는 '임신 중절 허용기간 대폭 완화'에 무게를 실은 민주당과는 차이가 있다.

국민의힘 조해진·서정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각각 6주, 10주의 기간을 정해 임신 중절을 인정하고 이후엔 임신부의 건강상에 현저한 침해가 있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임신 중절을 인정하는 것이 골자다.

결국 공식적으로 낙태죄가 사라진 지난해부터 1년 반 넘게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 사이 균형을 잡을 새로운 법적 기준점이 설정되지 못하고 있다. 입법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여성들만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4·7 재보선과 올해 대선 등 연이은 선거 국면에 집중하느라 정치권이 예민한 입법 논의를 뒷전으로 미뤄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반기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의원들과 일부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원 구성이 완료되면 입법 개정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미국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부정한 '역사 퇴행적 비극'"이라며 "이번 판결을 이용해 여성 인권을 후퇴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 관련 법 개정이 여전히 되지 않고 있다"며 "국회가 '낙태권' 보장을 위한 빠른 입법으로 헌법불합치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고집으로 원 구성이 되지 않고 있으며, 민생 경제 회복과 낙태죄 폐지 등 관련 법안을 위해 정부와 여당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모자보건법, 건강가정기본법 등 비슷한 이슈들을 개별 사안으로 놓고 처리할 수도 없다"며 "우선 해야 할 일에 대해 여당이 책임지고 정부가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반기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했던 의사 출신 신현영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낙태법 관련 논의와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국회정상화와 함께 21대 초기 '일하는 국회'의 취지를 살려 할 일을 하는 정치의 모습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jung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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