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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우크라 동부 핵심 도시 결국 함락…러, 포위 한달 만에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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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세베로도네츠크 점령

인근 리시찬스크 시내도 진입

전국에 대한 이례적 대규모 공습도


한겨레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의 핵심 도시 세베로도네츠크가 25일(현지시각) 러시아군에 함락된 가운데 동부 지역 주민들이 서쪽으로 대피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있다. 포크로우스크/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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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의 핵심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가 25일(현지시각) 러시아군에 함락됐고, 인근 리시찬스크에도 러시아군이 진입해 시가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루한스크주 전체 함락 위험이 커진 가운데 러시아로서는 지난달 중순 마리우폴 완전 점령 이후 가장 큰 승리를 거두게 됐다.

올렉산드르 스트류크 세베로도네츠크 시장은 이날 현지 방송에 나와 “도시 전체가 이제 러시아의 통제 아래 들어갔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스트류크 시장은 “러시아가 자신들이 설정한 질서를 세우려 하고 있으며, 내가 아는 한 이미 (이를 위해) 지휘관을 임명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부 책임자인 키릴로 부다노프 소장은 이날 시베르스키도네츠강 건너편 리시찬스크쪽 고지대에서 군 전력을 재정비하기 위해 ‘전술적 후퇴’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서 썼던 전술, 곧 도시 전체를 지구에서 사라지게 하는 (파괴) 전술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방부도 이날 세베로도네츠크 점령 사실을 확인했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전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세베로도네츠크와 인근의 보리우스케, (루한스크주 동부) 보로노베 등을 완전히 해방시켰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세베로도네츠크 점령 직후 우크라이나군이 시내에 대한 포격을 재개해 최대 500명 정도의 민간인이 머물고 있는 아조트 화학공장에서 민간인 대피 작업이 중단됐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현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친러시아 분리 독립 세력은 러시아군이 리시찬스크 시내로 진입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주장했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루한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지키고 있는 마지막 도시인 리시찬스크 함락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 도시에서 이날 탈출한 한 여성은 <로이터>에 “도시가 지난주에 완전히 공포에 빠져들었고, 어제는 더 머물 수가 없는 지경에 달했다”고 말했다.

리시찬스크마저 러시아에 넘어가면 루한스크주 전체가 러시아군 통제 아래 들어가게 된다. 돈바스 지역을 구성하는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 점령은 러시아군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이 지역은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군과 분리 독립 세력이 분쟁을 이어온 곳이다. 현재 러시아군은 마리우폴 등 도네츠크주 남부 지역을 장악한 채 도네츠크주 북부 점령에 집중하고 있다.

세베로도네츠크는 인구 10만명 규모의 루한스크주 산업·행정 중심 도시이며, 러시아군은 지난달 하순부터 이 도시와 인근 도시 리시찬스크를 포위한 채 공격을 벌여왔다. 미국의 ‘전쟁 연구소’(ISW) 등은 세베로도네츠크가 심각하게 파괴돼 우크라이나군이 총력 사수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예상을 깨고 이 도시 사수에 상당한 전력을 투여했다. 이에 따라 한때 하루에 100~200명씩의 전사자가 발생하는 등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러시아군도 세베로도네츠크 점령이라는 상징적인 승리에 집중하면서 이에 못지 않은 전력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쟁 연구소 등은 분석했다.

러시아군은 세베로도네츠크 완전 점령에 즈음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대규모 공습도 벌였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밤 사이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48기의 순항 미사일을 쐈다”며 “러시아는 여전히 공포를 조장해 우크라이나를 겁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 연구소는 이날의 공습이 이례적으로 큰 규모였다며 직접적인 교전이 벌어지지 않는 지역의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게 목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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