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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공공기관 지방 이전] 지역 균형발전 vs 인재 엑소더스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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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공공기관 지방 이전 속도낼 듯

핵심인력 유출 따른 경쟁력 저하 우려

아주경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노조 저지 속 출근 (서울=연합뉴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강석훈 산은 회장(사진 가운데)이 정문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아래는 바닥에 누운 채 강 회장 진입을 막고 있는 산은 노동조합 간부들. 2022.6.21 [산업은행 노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22-06-21 15:19:44/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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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위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공공기관 내부에서는 핵심인력 유출로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산업은행은 부산금융센터, 환경 공공기관은 내포신도시 거론

25일 관련부처 등에 따르면 정치권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부산국제금융혁신도시에 KDB산업은행 이전 △강원 춘천에 한국은행 본점 유치 △전북 전주에 제3금융중심지 추진 등 금융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IBK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충남혁신도시인 내포신도시에는 환경 관련 기관의 이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천 서구에 있는 한국환경공단,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의 이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대한체육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육군사관학교 등의 충남 이전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방위사업청 대전 이전은 지난 13일 확정됐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40여곳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방산대기업 연구소, KAIST 등 연구개발이 모여 있어 역량 집적 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공공기관 40%는 여전히 수도권에…추가 지방 이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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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혁신도시 내 BIFC Ⅱ 지식산업센터 투시도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기관의 특성에 따라 혁신도시 내에 밀집된 경우가 많다. 기능군을 묶어 한 번에 이전하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 유성구에는 기초과학연구원·한국생명공학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 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 22곳이 모여 있어 업무 효율성이 높다.

세종 반곡동은 세종국책연구단지가 조성된 곳으로, KDI국제정책대학원·국토연구원·산업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국무조정실 산하 공공기관이 집중돼 있다.

전남 나주에는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한국전력거래소·한전KDN·한전KPS 등 전력 관련 공공기관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지방 이전에도 여전히 공공기관의 40% 이상은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 추가로 지방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370개 중 서울 등 수도권에 44.3%인 164개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력유출 우려…'취업 남방한계선' 세종·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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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 지방 이전 결정 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인력유출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민연금을 퇴직한 기금운용직 4명 중 3명은 금융기관에 재취업했다.

'본사 부산 이전' 이슈로 혼란에 빠진 산업은행에서는 올해에만 전문직을 포함해 40여명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퇴사자가 40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인력 이탈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이다.

이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은 비수도권에 있는 회사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수도권 거주 청년 구직자 301명을 대상으로 '지방근무에 대한 청년 인식 조사'를 한 결과, 72.8%(49.2% '다소 그렇다', 23.6% '매우 그렇다')가 지방근무를 기피한다고 답했다.

서울에서 어느 정도 먼 지역에서까지 근무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수원·용인(64.1%) △평택·충주(31.9%) △세종·대전(25.9%) 순으로 답했다. 그런데 △대구·전주(14.9%) 응답률은 크게 떨어졌다. 세종·대전이 수도권 청년들이 근무를 고려하는 지리적 마지노선인 것이다.

산업 경쟁력 약화 가능성…인구 분산 효과도 제한적

공공기관의 지역별 분산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부산국제금융센터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기술보증기금 등이 자리하고 있는데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에서 부산으로 기관이 분산되면서 국가 차원의 금융경쟁력만 약해졌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지수를 보면 2015년 서울과 부산이 각각 6위, 24위였으나 2022년에는 12위, 30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국토 균형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과도 있다.

지난달 감사원이 국회에 제출한 '국가결산 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년 동안 전북혁신도시에 순유입된 인구 5만여명 가운데 74%는 모 도시인 전주시민과 완주군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제와 익산 등 주변 지자체에서 유입된 인구도 15%였다. 전체 순유입 인구의 89%가 전북도민의 단순 이동인 셈이다.

반면 수도권 유입은 8%, 타 시도는 3%에 그쳤다. 감사원은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한 인구 분산 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질적 정주여건 향상 필요…민간 일자리 창출 높여야"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질적 정주여건을 향상시키고 지식기반산업 고용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민간 일자리 창출 효과를 높여야 유의미한 이전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KDI는 지난해 말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효과 및 정책방향' 보고서를 통해 혁신도시는 지역의 대도시에 건설하거나 대도시와의 연계가 가능한 주변 지역에 건설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봤다. 부산과 강원, 전북 등 교육·의료 시설이 갖춰진 혁신도시에 가족동반 이주율이 높게 나타났고, 눈에 띄는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 공공기관은 고학력·고숙련 일자리가 다수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지역의 특성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 공공일자리를 배치하려는 노력도 요구된다.

문유상 KDI 연구위원은 "부산혁신도시는 금융업과 영화산업, 강원은 의료 등 관련 산업이 이전하면서 지역의 인적자원과 연계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며 "공공기관 일자리가 이전 지역 내 지식기반산업의 기초가 되거나 지역산업과의 연계가 가능한지가 성공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안선영 기자 asy728@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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