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서 사회정책팀장의 픽: 대학 등록금 인상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 1월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2022년 등록금 인하 및 민주적 등록금심의위원회 운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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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부터 14년여간 동결된 대학 등록금이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2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총장 세미나에 참석해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은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며 "재정당국과 협의하고 있는데 1~2년 이상 끌 생각은 아니고 조만간 결론을 내려 말씀드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교협 총장 세미나는 전국 4년제대 대학 총장들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매년 열리는 세미나에 교육부 장관이나 차관이 참석해왔는데, 항상 총장들의 최대 관심사는 등록금 인상 가능성이었습니다. 교육부에서는 늘 "대학 어려움은 알고 있지만 쉬운 문제가 아니다"는 식으로 즉답을 피해왔는데, 이번에는 차관이 등록금 인상 의지를 내비쳐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류가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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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상 시그널 내비쳐온 尹 정부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3일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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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등록금 인상을 용인할 것이란 신호는 그동안 여러번 있었습니다. 첫 교육부 장관으로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을 내정했던 것이 그 중 하나입니다. 등록금 인상을 줄곧 주장해온 사립대 총장 출신을 교육부 수장에 앉히려 하는게 강력한 등록금 인상 시그널로 해석됐습니다.
김 전 총장이 장관 후보에서 낙마했지만 인수위 국정과제에서도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인수위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는 내년 상반기에 국가장학금 2유형과 연계한 등록금 동결 요건을 폐지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국가장학금 2유형은 정부가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록 압박해온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습니다. 국가장학금은 국가가 학생에게 직접 주는 1유형과 대학을 통해서 주는 2유형이 있는데, 정부는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2유형 지원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대학들은 국가장학금을 못 받는 대학이 될까봐 등록금을 올릴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국가장학금에서 등록금 조건을 없애겠다는 겁니다.
거의 모든 대학이 10년 넘게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대학 재정은 계속 열악해졌습니다. 현행 법은 3년간 물가 상승률의 1.5배 까지는 등록금 인상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압박 속에 이런 기준은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대학이 계속 법적 한도 내에서 올릴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박근혜 정부도 문재인 정부도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터라 규제를 풀어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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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오르는 비용 없다…인플레에 미국 대학도 못버텨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되살아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크게 약해지자 가상화폐 시장이 타격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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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부터 터져나온 반값 등록금은 대학의 방만한 운영을 막고 체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한 대학 기획처장은 "솔직히 예전에는 내년에 쓸 예산을 정하면 그에 맞춰서 등록금을 인상하는 식이었다"며 "반값 등록금 이후부터 대학도 예산을 아끼고 돈을 벌어오려 노력하게 된 것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물가가 오르고 영원히 등록금 인상을 막는 건 불가능합니다. 첨단 산업 인재를 키운다는 윤석열 정부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대학 재정이 늘어야만 합니다. 정부의 지원도, 등록금 수입도 늘어야 합니다.
게다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등록금 인상을 부채질하는 환경입니다. 미국 대학들도 잇따라 등록금을 높였습니다. 미국 보스턴대는 14년만에 가장 높은 4.25% 인상률을 기록했고, 하버드대 3%, 메사추세츠대도 2.5% 인상한다고 합니다.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교직원 인건비를 비롯해 안 오르는 비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14년만의 등록금 인상을 준비해야 합니다. 다만 14년 전의 방만한 운영으로 돌아가서는 안됩니다. 등록금을 정하는 과정부터 지출한 내역까지 더욱 투명해야 합니다. 교육부가 이를 위한 제도적 준비에 나서야 합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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