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통화로 결속 다진 중러, 對서방 반격 시도할 듯
인도는 반미 움직임에 제동걸 듯…공동성명도 중립 확보 시도
美·유럽, G7·나토 정상회의서 대러 제재대오 다질 전망
작년 9월 브릭스 화상 정상회의서 기조연설 하는 시진핑 |
(베이징·뉴델리=연합뉴스) 조준형 김영현 특파원 = 미국·유럽 대 중국·러시아 진영 대치 구도가 이달 말까지 잇달아 열리는 다자 정상회의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먼저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가 23일 화상으로 개최된다.
이어 26∼28일 독일에서 주요 7개국(G7·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 정상회의, 29∼30일 스페인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뒤따른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부각된 미국·유럽, 중국·러시아 두 진영 사이의 갈등 구도가 연쇄 다자 정상회의를 통해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있다.
브릭스 정상회의는 우크라 전쟁 발발 이후 외교적으로 수세에 몰렸던 중국과 러시아 진영의 반격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5일 정상 간 통화로 결속을 다진 중국과 러시아는 인도를 포함한 중립지대 국가들을 규합해 서방에 대한 공세의 날을 벼릴 것으로 전망된다.
회의를 주재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에너지 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대러시아 제재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브릭스 회원국 중 중국과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리며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우회로'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세관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5월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작년 동월 대비 55% 늘었고, 에너지 정보제공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최근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 전보다 25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의 일원인 인도의 행보는 미국 입장에선 뼈 아픈 대목이다.
브릭스 회의에서 시 주석은 또 지난 4월 보아오(博鰲) 포럼 연설(화상)에서 처음 제기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를 재차 거론하며 대미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 존중, 냉전 사고 및 일방주의 반대, 안보 불가분 원칙(일국의 안보를 위해 타국의 안보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 등을 강조하며 나토의 동진과 미국의 중국 포위망 구축을 견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릭스 정상회의에 이어 브릭스 회원국에 다른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정상들까지 참여하는 '글로벌발전 고위급 대담회'도 영상으로 개최될 예정이어서 브릭스의 외연 확대 모색이 가시화할지도 주목된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22일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 개막식에 영상으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다자주의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강조하며 미국의 중국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시도를 견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반중국 기조 속에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적 행보를 펼치고 있는 인도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도전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에 쉽사리 동참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인도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어떤 공동성명도 중립을 지키게 할 것이며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회의를 미국과 그 동맹국에 대한 승리 선전용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아울러 중국이 브릭스의 회원국을 늘리려는 시도도 지연시킬 계획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어지는 G7과 나토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유럽은 개전 4개월이 경과한 우크라 전쟁의 장기화 속에 약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대러시아 단일대오를 다지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인도 등의 러시아와 무역 및 경제협력 강화 흐름을 견제하면서 러시아 제재 유지 또는 강화 방안을 집중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G7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맞서 인도-태평양 국가들을 중심으로 수천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하는 이른바 '세계 인프라 구상'을 출범할 계획이다.
지난 3월 모인 G7 정상들 |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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