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원숭이두창 감염 의심 환자 2명이 발생한 가운데, 이 중 1명이 의심 증상이 있는데도 공항 검역을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이 의심 환자는 원숭이두창 진단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고, 질병관리청 추가 분석에서 '수두'로 판명 났다. 하지만 의심 증상이 있는데도 '증상 없음'으로 신고해 검역 과정에서 걸러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원숭이두창 방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질병관리청에서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 발생 및 양성 확진에 따른 대응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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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상에도 '증상 없음' 표기…증상 발현~의심 신고 이틀 소요
2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인 외국인 A씨는 지난 20일 항공편으로 국내에 입국했다. 역학조사에서 A씨는 입국 하루 전날인 19일부터 인후통, 림프절 병증 등 전신 증상과 함께 수포성 피부병변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해당 의심 환자의 경우) 건강상태질문서에서 본인이 '증상 없음'으로 제출하고, 그리고 발열 체크에서도 정상 체온으로 나와 입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피부 병변이 있었는데도 왜 발견하지 못했냐는 질의에 임 단장은 "옷 밖으로 노출되어있는 곳의 피부병변과 옷에 가려져 있는 부분의 피부병변이 조금 다를 것"이라면서 "(검역) 통과 당시에는 검역관이 발견하기에는 힘든 부위에 피부병변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발열을 제외한 관련 의심 증상이 있었지만, 본인이 자진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A씨는 입국 하루 뒤인 21일 오전 부산에 있는 병원을 찾았고, 병원 측은 그날 오후 4시 원숭이두창 의심사례로 신고 및 격리 조치했다. 다행히 원숭이두창 진단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고, 최종적으로 수두로 확인됐다. 다만, 증상 발생 후 신고까지 약 이틀이 걸린 만큼 만약 A씨가 실제로 원숭이두창이었다면 추가 접촉자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악화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21일 오후 독일에서 귀국한 내국인 B씨는 원숭이두창 최종 양성자로 확인됐다. B씨는 입국 사흘 전인 18일 두통 증상을 시작으로, 입국 당시에는 미열(37.0℃), 인후통, 무력증, 피로 등 전신증상 및 피부병변을 보였다. 인천공항 입국 후 본인이 직접 질병관리청에 의심 신고를 해 공항 격리시설에서 대기 후 인천의료원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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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경보단계 ‘주의’ 격상…하반기 검역관리지역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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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나오자 질병관리청은 원숭이두창 위기경보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올렸다. '주의' 단계에서는 원숭이두창 대책반에서 중앙방역대책본부로 조직 체계가 바뀌면서, 전국 시도 내 모든 시군구에서 지역방역대책반을 설치해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한다. 이에 따라 지자체·의료기관 협조가 원활해진다. 또 하반기에는 원숭이두창이 빈발하는 국가에 대해서 검역관리지역을 지정할 계획이다. 이들 국가에 대해서는 발열 기준을 높여 해외 유입 감시를 강화한다.
하지만 현재 검역 단계에서 진행하고 있는 발열 체크와 건강상태질문서만으로는 앞서 의심 환자였던 A씨와 같이 증상이 있어도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대해 임숙영 단장은 "건강상태질문서를 허위로 신고한 경우에는 검역법에 따라서 1년 이하의 징역 그리고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면서 "(기존 검역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건강상태질문서를 통해서 좀 자발적으로 신고를 해주십사 당부를 드린다"고 말했다.
또 원숭이두창의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잠복기에 국내로 유입되는 경우에는 실제로 지역사회에서 의료기관을 통한 신고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입국자 대상 SMS 문자 발송 등으로 건강상태질문서에 대한 신고율을 높이고, 의심 증상이 발생했을 때 질병관리청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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