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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팩트체크] 서해 공무원 피살 당시 '월북'은 큰 쟁점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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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윤건영, 국민의힘도 월북 정황 문제 삼지 않았다는 취지 발언

사건 발생 초기에는 '당국 대응'이 쟁점…이후 '월북'으로 옮겨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2년 전 서해 북단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이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의 정보공개청구 소송 항소 취하와 해양경찰의 수사 결과 번복으로 정치 쟁점화됐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2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월북 의사가 있고 없는 것이 남북 관계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사건 발생) 당시에는 월북 의사가 쟁점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적인 쟁점은 무고한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서 피격되었다는 사실"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을 했다"고 덧붙였다.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의 월북 의도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없음에도 자진 월북으로 예단해 무리한 수사를 유도했다는 여당의 공세를 반박한 것이다.

실제로 피격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는 피해자의 자진 월북 여부가 정치적 쟁점이 안 됐을까?

연합뉴스

무궁화 10호
[연합뉴스 사진자료]



해경 수사 발표에 따르면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사망 당시 47세)씨는 2020년 9월 21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부근 해상 어업지도선(무궁화 10호)에서 근무 도중 실종돼 다음날 38㎞ 떨어진 북한 해역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사건 발생 하루 만인 9월 23일 국방부가 언론에 실종 사실을 공개했는데 그날 밤부터 피해자가 월북을 목적으로 해상에 표류하다 총격을 받고 숨진 뒤 시신이 화장된 것으로 보인다는 정보당국발 보도가 나왔다.

다음날 북한군이 피해자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정황이 확인되면서 청와대, 국회, 군의 규탄이 잇따르고, 당국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여야의 질타가 쏟아졌다.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의 비판은 피격 사건 청와대 보고 직후 종전선언을 거론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영상 연설이 취소 없이 이뤄진 것과 피해자가 북측에 발견돼 사살되기까지 6시간 동안 당국의 구조 조치가 없었던 것에 집중됐다. 군과 해경이 북한 통신 감청 첩보를 근거로 피해자가 자진 월북했을 것으로 추정한 데 대해선 단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으나 논란이 커지진 않았다.

군 장성 출신으로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였던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9월 24일 국방부의 비공개 현안 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에게 "국방부에서 보고한 내용을 보면 월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정황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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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 발언하는 한기호 국방위 간사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국민의힘 한기호 국방위원회 간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상의원총회에서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20.9.24 zjin@yna.co.kr (끝)



그러나 피해자 유족은 자진 월북 가능성이 처음 보도될 때부터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군과 해경은 실종 당일 조타실에서 당직 근무 중이던 피해자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될 때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과 어업지도선의 선미 우현에서 피해자가 벗어놓은 슬리퍼가 발견된 점,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있는 점을 자진 월북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유족은 피해자가 북한이 신뢰할 공무원증과 신분증을 휴대하지 않은 점과 구명조끼가 선박 근무자의 평시 복장이라는 점 등을 들어 단순 실족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족은 군 당국이 책임 회피를 위해 월북으로 몰고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한기호 의원 주도로 '북한의 우리 국민 사살·화형 만행 진상조사 TF'를 구성해 당국의 미온적인 대응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한편 피해자 유족과 접촉하면서 월북 판단에서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해경은 9월 29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의 조류 분석 결과를 추가 근거로 제시하며 자진 월북 판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후 월북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더욱 격화되면서 국정감사로 이어졌다. 국감장에선 관련 질의가 잇따르고 해경의 표류 실험 보고서 등 수사 자료가 공개되면서 월북 판단을 둘러싼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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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씨가 신었던 슬리퍼
[연합뉴스 사진자료]



해경은 10월 22일 사건 발생 후 한 달 간의 조사 결과를 종합해 피해자가 월북 시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다시 한번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선원들과 똑같이 어업지도선에서 체험한 결과 깜깜한 추운 바다에서 기획된 월북을 시도했다는 그 모든 근거가 괴담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피해자 시신 수색 작전이 중단되고 정치권의 관심은 식었으며, 유족은 정부에 관련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2021년 1월 행정소송을 냈다.

사건 발생 직후 국민의힘이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주로 문제 삼았고 군 당국의 월북 판단을 수긍하는 듯한 반응도 보였던 점을 보면 월북 문제가 처음부터 정치적 쟁점이 된 건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유족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함께 월북 문제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갈수록 격화됐기 때문에 사건 발생 당시 핵심 쟁점이 아니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윤건영 의원 측은 이에 대해 "여당(국민의힘)에선 남북관계를 의식해 사건을 축소하고자 자진 월북으로 몰아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당시로 돌아가 보면 단순 표류자보다 자진 월북자가 피격되면 비난 가능성이 더 크고 사태가 어려워지는데 억지로 월북으로 꾸밀 이유가 없었다"며 "월북은 취합된 정황 증거들이 공개되면서 파생된 건데 문제가 되긴 했어도 정치적 쟁점이 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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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하는 피살 해수부 공무원 형 이래진씨와 하태경 의원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8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와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했던 책임자 처벌과 수사를 즉각 이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1.7.8 [국회사진기자단] jeong@yna.co.kr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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