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국회 후반기 원(院)구성 지연으로 입법부 공백 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에 원구성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한 '마라톤 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야당도 회담에 응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양당 지도부 모두 양보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라 원만한 협상 전개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권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공백이 20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우리 국회가 민생 위기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민주당은 마라톤 회담에 지체 없이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상반기 국회가 종료된 후 이날로 22일째 공전 중이다. 국민의힘은 전반기 국회 때 여야가 합의한 것처럼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당시 국민의힘이 합의를 번복했기 때문에 원구성 합의 내용을 지킬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여의도 여당'인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까지 다 가지려 한다"며 "민주당이 만약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기로 한 여야 합의를 파기하고 국회의장단을 단독 선출한다면 민심 이탈을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원 구성 협상을 타결할 때까지 만나고 또 만나야 한다. 이번 주 안에 반드시 담판 짓는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집권 여당 원내대표가 너무 뒤늦게 공개적인 만남을 제안한 것 아니냐. 만시지탄"이라면서도 회담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다만 "여당의 원내대표께서 어떤 양보안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지난주까지 수석들을 비공개로 또 만났지만 제가 보고받기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회의적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여당에서 납득할 만한 양보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다수 의석을 앞세워 의장단을 단독 선출해 강제 원 구성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김창기 국세청장 인사청문회를 열지 못한 상황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까지 놓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의장단 단독 선출 방안에 대해 "국회법이 정한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검토할 수밖에 없지 않냐"면서도 "그러나 여당이 좀 더 진정성 있게, 책임감 있게 실질적인 양보안을 제시한다면 굳이 의장단 선출을 먼저 검토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계속 그냥 그렇게 시간 끌기로 무책임하게 나간다면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해, 협상 지연시 의장단 단독 선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여당에 경고를 보냈다.
반면 법사위원장을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민주당 내에서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물가 상승 등 경제 위기로 인한 민생 입법이 시급한 상황에서 원구성 지연으로 인한 부담은 다수당인 민주당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취지에서다.
법사위원장 양보론에 물꼬를 튼 것은 당내 쇄신파 대표 격인 박용진 의원이다. 박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재선의원 토론회에서 "어쩌다가 법사위원장을 우리가 가져가겠다고 이야기하는 거냐. 우리가 합의해서 국회의장 세워 발표해놓고, 의원총회에서 얘기해본 적도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다수당인 우리한테 부담이 다 올 거다.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대답하면서 '민주당이 안 해서요. 발목 잡아서요' 하면 우리는 앉아서 다음 총선에서 골로 갈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16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원구성)협상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한 발씩만 양보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면서 "원구성도 못한 유령국회, 무노동 무임금 선언하고 세비 반납하자"고 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으로부터 지난번 검수완박 합의안을 뒤집은 걸 사과받고 (법사위원장직을) 빨리 줬어야 했다"며 "법사위를 넘겨줘도 말도 안 되는 건 다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은 체계·자구 심사권 등 법사위의 권한을 축소하자는 안을 받아들이면 된다는 얘기다.
한 민주당 5선 중진 의원도 "이미 합의를 했기 때문에(법사위원장을 고집할) 명분이 없다"고 당 원내 지도부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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