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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금리 인상에 남유럽 아우성, 가스값 급등은 물가 자극…사면초가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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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흔들리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상을 예고하자 나랏빚이 많은 남유럽 국가의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문제는 러시아가 가스 밸브를 조여오고 있다. 에너지값이 오르면 금리를 올려도 물가는 더 멀리 달아난다. 빚이 많은 국가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진다.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GDP 대비 국가부채 이탈리아 150%, 그리스 185%



ECB가 다음 달 11년 만의 금리 인상을 예고하자 부채가 많은 남유럽 국가의 채권 금리가 요동치고 있다. 19일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3.58%로 올라섰다(국채 가격 하락). 올해 초 연 1.2% 수준이던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4일에는 연 4.17%까지 오르며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리스 10년물 국채 금리도 연초 1%대에서 지난주 4%대를 넘어섰다.

질 뵈크 프랑스 보험회사 AXA 그룹 수석경제학자는 파이낸셜 타임스(FT)에 최근 상황에 대해 “2011년 유럽 부채 위기(남유럽 재정 위기)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고 경고했다. 국채를 발행하는 건 국가가 빚을 내는 것이다. 국채 금리가 뛰면 해당 국가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문제는 남유럽 일부 국가의 부채가 이미 자국 국내총생산(GDP)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데 있다.

중앙일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012년 이탈리아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27%였다. 하지만 올해는 150%에 이른다. 그리스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12년 162%에서 올해 185%까지 상승했다. 유럽 대부분 국가가 코로나 시가 위기 극복을 위해 대대적인 재정지출 정책을 벌인 영향이다. 국가 수입 대부분을 관광수입에 의존하는 남유럽 국가는 지출을 더 늘렸다.

물론 2012년 위기를 극복하며 유럽 각국 은행의 재정 건전성이 개선된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며 상황은 만만치 않다. 유로존 19개국의 지난 5월 물가상승률은 8.1%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ECB의 인플레이션 목표치(2%) 4배 수준이다. 그리스의 5월 물가상승률은 10.5%에 달했다. 긴축에 속도를 내야 할 상황이다.

인플레 압력에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에 가속이 붙으며 ECB도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 ‘슈퍼 비둘기’로 불리는 스위스 중앙은행이 지난 15일 12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0.5%포인트(빅스텝)를 올리며 기준금리가 –0.25%가 됐다. 같은 날 영란은행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5회 연속 인상에 기준금리는 연 1.25%가 됐다.

중앙일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러시아 가스 물량 기습적으로 줄여 에너지 물가 폭등



물가가 뛰어 금리를 올리니 빚 부담이 커지는데 더 큰 문제는 가스 밸브를 걸어 잠그는 러시아다. 18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통해 독일로 수송되는 러시아 가스 물량이 60%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독일을 거쳐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는 프랑스·오스트리아·체코 등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 기업 에니(Eni)도 지난 17일 웹사이트에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인 가스프롬에 약 6300만㎥의 일일 가스 수요를 제출했으나 가스프롬이 요청한 양의 50%만 공급할 것이라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자국에 대한 경제 제재로 수리를 맡긴 터빈의 반입이 지연된 탓이라며 서방 국가로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는 "기술적 원인이나 타당한 이유가 아닌 정치적 결정이란 인상을 받았다"며 러시아의 노골적인 '에너지 무기화'를 비판했다.

러시아가 가스 밸브를 잠그기 시작하며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주에만 39.7% 급등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럽 주요국의 전력 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228.6% 오른 상태"라며 "이는 유럽 기업과 가계가 오래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물가를 둘러싼 부담과 불안은 유럽 정치와 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유럽 각국 정부가 에너지 가격 부담을 낮추는 정책을 쏟아내며 선거에 임하고 있지만 민심을 돌리기 쉽지 않다는 분석기사를 내놨다. 프랑스는 당장 19일 총선 결선을 앞두고 있다. 독일은 민심의 이정표로 불리는 니더작센에서 주의회 선거가 오는 10월 치러진다.

가장 먼저 성적표를 받아 들 프랑스의 경우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지난 17일 여론조사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여권 '앙상블'이 255∼305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며 과반(289석 이상) 확보가 불분명해졌다. 지난 4월 마크롱이 재선에 성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지지층이 몇 달 만에 이탈한 셈이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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