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 모금 부진 속 교황청·각국 대사관 운영 지출은 그대로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 |
(바티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헌금으로 조성돼 교황청 살림과 전 세계 구호 활동 등에 지출되는 '베드로 성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에 따른 모금 부진이 지속하면서 작년에 2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교황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 베드로 성금 모금액 총액은 4천690만 유로(약 631억 원)로 2020년 대비 6.3%(약 280만 유로) 증가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원년인 2020년에 모금액이 평년 대비 급감한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2020년 모금액은 2019년 대비 18%, 2015∼2019년 평균보다는 23% 각각 감소한 것이다.
교황청 재정 관리를 총괄하는 후안 안토니오 게레로(63·스페인) 신부는 작년의 모금 부진 역시 부분적으로 코로나19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2020년 교황청의 영국 고급 부동산 투자 비리 의혹이 불거진 뒤 베드로 성금의 투명성에 흠집이 나면서 신자들이 헌금을 기피한 게 하나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교황청은 2014∼2018년 사이 총 3억5천만 유로(약 4천698억 원)를 투자해 런던 첼시 지역의 고급 부동산을 매입·관리해오다 2억 유로(약 2천685억 원) 이상의 손실을 떠안은 채 최근 매각했다.
더군다나 베드로 성금을 밑천으로 한 해당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관련자들이 횡령·사기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른 혐의가 드러나 작년 7월 재판에 넘겨지는 등 홍역을 치렀다.
작년 베드로 성금에서 지출한 액수는 6천530만 유로(약 878억 원)로 1천840만 유로(약 247억 원) 적자였다.
전체 지출의 85%인 5천550만 유로(약 746억 원)는 교황청 부서와 전 세계 각국 주재 대사관 운영비, 지역 교회 지원 등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천만 유로(약 134억 원)에 가까운 금액은 아프리카·아시아 국가의 아동·빈곤층·사회적 약자, 자연재해·분쟁지역 피해 주민 등을 원조하는 프로젝트에 사용됐다.
베드로 성금의 모금액과 지출액의 차이로 생기는 적자는 바티칸 박물관 입장료 수입 등 다른 수익으로 메워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드로 성금의 사용처는 2020년 말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금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발표한 교령에 따라 이번에 처음으로 세세하게 공개됐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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