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경찰미래비전위원회 학술세미나'에서 손뼉을 치며 참석자들을 환영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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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법 취지 퇴색 안 되도록 소임 다할 것”
김 청장은 최근 행안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는 “경찰권 통제뿐 아니라 경찰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자 했던 1991년 경찰법 제정 정신이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행안부 방침에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보름여 만에 내부망에 글을 올린 것이다. 이런 행보는 그동안 경찰 내부에서 행안부의 경찰 통제 드라이브가 구체화되는데도 지휘부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김 청장은 “일부 내용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짐에 따라 동료 여러분의 걱정이 커지고, 울분 또한 쌓여감을 잘 알고 있다”며 “저는 경찰청장으로서 경찰법의 정신과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저에게 주어진 소임과 책무를 다하겠다”고 적었다. 또 “경찰의 민주성·중립성·독립성·책임성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을 향하는 영원불변의 가치”라고 강조하며 “정상적이고 합당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경찰의 뜻과 의지를 확실히 개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경찰청을 방문, 김창룡 경찰청장과 면담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창룡 경찰청장.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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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감 이상 간부들 실명 댓글 달아
김 청장 입장 발표에 경감 이상 간부급들이 실명으로 댓글을 달고 있다고 한다. 비간부급에 비해 좀처럼 실명으로 글을 잘 쓰지 않던 이들이 움직이는 모습은 조직 내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경정과 총경급 간부의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댓글 중엔 “너무 소극적 대응 아니냐”는 비판의 글도 있지만, 대체로 “청장님 뒤에는 14만 경찰이 있다. 끝까지 힘내시라”는 격려 글이 많다. 일선의 한 경찰관은 “그동안 일부 직장협의회가 성명을 냈지만, 비간부들 위주고 숫자도 적었다”며 “그동안 반응도 없던 수사·형사과장, 강력·형사팀장까지 댓글을 달면서 하나로 뭉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그동안 참고 있다가 다 터진 것”이라며 “‘우린 경찰청장 부하지 행안부 장관 부하가 될 수 없다’는 말은 당신을 믿을 테니까, 결단하려면 제대로 보여달라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도 퍼지고 있는 “우리는 행안부 장관 부하가 아니다”는 말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대립하면서 발언한 것을 빗댄 것이다. 윤 대통령은 2020년 10월 추 장관을 향해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추 장관의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이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추경안 심사를 위한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앞쪽은 김창룡 경찰청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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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초 행안부 자문위 권고안 최종 발표
김 청장은 다음 주 초반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가 권고안을 공식 발표하는 대로 추가적인 입장 표명이 있을 것임을 내비쳤다. 자문위 권고안에는 행정안전부 내 비공식직제인 치안정책관실을 격상해 ‘경찰정책관실’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또한 경찰공무원법상에 명시된 행안부 장관의 인사 제청권을 실질화하기 위해 행안부에 경찰청장 후보추천위원회, 국가수사본부장 추천위원회, 총경 이상 고위직 인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경찰 인사와 예산, 감찰과 징계, 수사 지휘 등 경찰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어서 경찰 내부 반발과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경찰 내부망에선 다음 달 23일까지가 임기인 김 청장의 용퇴가 거론되기도 했다. 지난 15일 부산지역 한 경찰관이 “청장님 잔여임기가 38일 남았는데 이 기간 행안부 경찰국(경찰정책관실) 신설이 완성되면 치욕을 남긴 청장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남은 기간 용단해서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다고 말하고 용퇴하라”고 촉구했다. 한 경찰관은 “정말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졌다고 생각한다면 자치경찰제부터 제대로 시행하는 게 먼저”라며 “자치경찰은 놔두고 행안부에 인사권, 예산권, 감찰권을 두겠다는 건 경찰 권한을 중앙집권적으로 통제하겠다는 뜻 아니냐”고 반발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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