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이슈 종교계 이모저모

"천주교 성인·복자 유해 어디 있나"…주교회의도 제대로 모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통합자료 없이 전국 16개 교구별로만 파악…"종합 현황자료 마련할 것"

연합뉴스

한국 103인 순교 성인화 특별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최근 '한국인 첫 사제' 김대건 신부의 유해 문제가 논란이 된 가운데 성인과 복자 유해가 어떻게 보존·관리되고 있는지 한국 천주교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된 현황 자료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가톨릭계에 따르면 한국 천주교회의 성인은 '한국인 첫 사제' 김대건 신부 등 103위, 복자는 국내 첫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 등 124위가 있다.

유해는 성인이나 복자의 몸, 유골, 직접 소지했던 물건, 유해에 직접 닿았던 옷과 같은 대상물을 가리킨다. 신자들은 개인이나 집단 순례 등을 통해 이들 유해 앞에서 공경하는 마음으로 경배한다.

성인과 복자 유해의 수습과 보존 등은 소속 교구의 교구장 주교가 관할한다.

교구별로는 소속 성인이나 복자의 유해 현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나 전국 16개 교구, 200위가 넘는 성인과 복자의 유해가 어디에서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정리된 한국 천주교 차원의 자료는 없다.

이런 탓에 신자 입장에서 한국 가톨릭 성인과 복자의 유해가 어떻게 보존되고 있는지 알고 싶어도 마땅한 답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유해 관련 문제를 잘 아는 한 사제는 "성인과 복자의 유해가 남아있는지를 보여주는 '유해 유무'에 관한 연구는 진행된 바 있다"면서도 "(자세한 유해 현황은) 부분적으로 연구된 것이 있으나 종합적으로 모아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해 관리가) 각 교구장 관할이어서 (종합적으로)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어디에 유해가 모셔져 있는지 꼼꼼히 (관리)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성 김대건 신부 유해 판매글
[번개장터 화면 캡처. 재배포 및 DB금지]


한국 천주교회에는 전국 주교들의 협의체이자 구심점 역할을 하는 상설기관인 주교회의가 있으나 유해 논란을 두고는 각 교구 차원의 일이라며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주교회의는 홈페이지를 통해 '주교회의는 교회의 다양한 공동 관심사에 대처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수단으로서 특수한 사목적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밝히고 있다.

가톨릭교회 교회법도 주교회의와 관련해 "교회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선익을 더욱 증대시키기 위해 해당 지역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위한 어떤 사목 임무를, 특히 시대와 장소의 상황에 적절히 적응시킨 사도직의 형태와 방법으로 법 규범에 따라 공동 수행하는 한 국가나 특정 지역 주교들의 회합"이라고 규정한다.

주교회의가 스스로 밝힌 설립 취지나 교회법 내용을 감안하면 유해 문제에 대한 미온적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인과 복자 유해 문제는 교회의의 공통된 관심사나 사목적 임무 중에서도 중요한 문제이기 상당한 무게를 지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교회의는 온라인 공간에서 김대건 신부의 척추뼈 매매 논란이 벌어진 뒤 두달여 만인 5월 24일에야 전국 교구에 공문을 보내 교구별로 성인 유해 현황을 조사하도록 했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해당 공문을 보면 주교회의는 교구별 유해 현황 조사와 함께 성인 유해 매매를 금지하는 교회 규정을 신자들에게 알리고, 신자들이 성인 유해에 대한 공경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할 것을 당부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주교회의 측은 향후 교구별 현황을 종합해 한국 천주교회 차원의 성인과 복자 유해 현황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연합뉴스에 전해왔다.

주교회의 측은 "교구별로 성인 유해 보존 목록이 있으나 주교회의가 확실한 통합 목록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성인이나 복자 유해를 성당이나 성지에 안치하는 것은 교구의 결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주교회의는 그 동향을 교구의 공식 발표나 교계 언론 보도를 통해서 파악해 왔다"고 해명했다.

이어 "추후 교구 관계자들과 협의해 교구별 현황을 종합해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ddi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