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페미니즘·반중 정서도 자극 말아야"…'민주주의와 한국사회' 세미나
이일영 교수 "양극화·노동분화 심각…해법은 공존과 통합"
'민주주의와 한국사회' 세미나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스트롱맨' 이미지를 벗는 게 중요합니다. 윤 대통령이 미국의 트럼프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지만, 트럼프가 정치계의 이단아라면 윤 대통령은 주류 중의 주류입니다."
재미 사회학자인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는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한국사회' 세미나에서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이어서 스트롱맨 이미지가 강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인 신 교수는 김호기 연세대 교수와 함께 '위기의 한국 민주주의'(South Korea's Democracy in Crisis)를 펴냈다. 영문판은 지난달 출간됐고, 이학사가 한국어 번역본을 간행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한국 민주주의 위협 요소로 비자유주의·포퓰리즘·양극화를 꼽고,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다양한 글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한국 민주주의 미래가 현 정부에 달려 있다고 본 신 교수는 "페미니즘은 세계적인 이슈여서 외국에서 굉장히 민감하다"며 "윤 대통령이 글로벌 리더로 활약하려면 여성 문제를 단순한 배려나 인력 안배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반일 감정을 이용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국민들이 다시 한번 (보수에) 기회를 준 만큼 반중 정서를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이른바 '촛불 혁명'을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민주주의 퇴보를 불러왔다고 봤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전면에 내세운 '적폐청산'에 대해 "도덕적 우월감을 바탕으로 정치를 선악 구도로 만들었고, 상대를 경쟁자가 아닌 악으로 규정했다"며 "증오와 대립의 정치가 이어진다면 민주주의 쇠락은 자명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핵심이었던 운동권 세력이 민주화 가치와 규범을 내재하지 못했는데, 윤석열 정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도 마찬가지라면 한국은 민주주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자인 이일영 한신대 교수는 한국 경제에서 심화하는 양극화가 민주주의 질서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청년층일수록 계층 격차가 크고, 자원은 수도권으로만 쏠리고 있다"며 "노동 시장은 정규직·비정규직·자영업으로 완전히 분단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제 양극화를 방치하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고, 누군가는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해법은 결국 공존과 통합"이라고 말했다.
'위기의 한국 민주주의' 표지 |
법학자인 허성욱 서울대 교수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사법부가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고 봤다. 독재정권에서는 행정부가 주요한 의사결정을 했다면, 민주화가 이뤄진 뒤에는 사법부가 굵직한 사안에 대한 정치적 판단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우리법연구회나 민변처럼 이념적 성향이 강한 인사를 최고 법관으로 임명하는 등 사법부를 정치권력에 맞게 바꾸려 했다"며 사법부 구성원 변화가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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