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분해시설 곧 중단”… 화물연대 파업 피해 더 커진다

“내일(15일) 저녁을 마지노선으로 본다. 이후에는 석유화학업체 가운데 핵심 설비인 나프타분해시설(NCC) 운영이 중단되는 사례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14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수출입 화물운송 정상화 촉구를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본부장은 “NCC 공장이 꺼지면 후속 공정 설비도 모두 멈출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하루 평균 3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노조원들이 이동 중인 화물차를 향해 선전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거부(총파업)를 8일째 이어가면서 물류난을 넘어 산업계 곳곳에서 생산 차질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철강업계, 시멘트업계, 자동차업계 역시 이번주가 지나면 생산 설비가 멈추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위기 상황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했다.

화물연대 파업 이후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철강업계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5개 철강사는 화물연대 파업이 시작된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 동안 철강제품 72만1000톤(t)을 출하하지 못했다. 약 1조12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중견·중소 철강사와 철강재를 납품받아 가공하는 업체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이라는 게 철강협회의 설명이다.

특히 재고가 쌓이면서 전날부터 포스코 포항제철소 선재·냉연 공장은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홍정의 한국철강협회 조사분석실장은 “생산된 제품이 출하되지 못하고, 철스크랩(고철) 등 원자재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강관이나 철근 등의 품목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화물연대의 운송거부가 계속되면 생산 중단 품목은 열연과 후판 등 철강재 전 제품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시멘트협회도 재고가 원활하게 출하되지 못해 핵심 설비인 소성로가 멈춰 서고 있다고 밝혔다. 시멘트 출하량은 화물연대 파업 이후 평소의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누적 매출 손실도 900억원을 넘어섰다. 김영민 한국시멘트협회 이사는 “전국에 45기의 소성로가 있는데 지난주 2기가 가동을 중단했다”며 “소성로마다 생산라인이 있는데 재고를 보관할 곳이 없어 생산을 멈춘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고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이번주 말이면 소성로 절반은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섭(왼쪽 세번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이 14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수출입 화물운송 정상화 촉구를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중단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생산 차질로 협력사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윤경선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책기획실장은 “대체 화물차를 운용하고, 재고를 이용해 버티고 있지만 이번주 말부터 생산 차질이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라며 “영세업체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 한계 상황에 다다른 부품업체의 줄도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은 화물연대가 하루빨리 파업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호소문을 통해 “물류는 경제의 혈관인데 혈관이 막히면서 심장이 멈출 지경”이라며 “화물연대는 대승적 차원에서 우선 현업에 복귀해 멈춰 서 있는 수출입 화물운송을 다시 살리고 대화로 상생의 협상을 재개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도 주문했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협력본부장은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피해에 더해 대외 신임도 등의 문제로 발생하는 후폭풍은 더 클 것으로 우려한다”며 “정부가 국민 경제 전체에 미치는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한 적극적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