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토부와 화물연대에 따르면 양측은 전날 오후 2시부터 10시 30분까지 4차 교섭을 진행했으나 최종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실무진 협상이 결렬된 이유를 서로에게 떠넘겼다. 화물연대는 국토부와 국민의힘, 화주단체 4자간 성명서를 추진해왔고 ‘안전 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 확대에 대해 적극 논의한다’는 합의문구까지 만들었는데, 돌연 국민의힘이 거부하면서 합의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인천신항 컨테이너 부두 주변에 화물차량들이 줄지어 멈춰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토부는 “화물연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화물연대가 제시한 대안을 검토한 결과 수용하기 곤란해 대화가 중단됐고, 실무진 협의 과정에서 논의한 내용은 관계기관 간 합의내용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지난 11일부터 하루 최대 10시간씩 안전 운임제 관련 실무진 면담을 이어갔다. 화물연대는 거리당 최소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 운임제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이 먼저라고 주장했고, 국토부는 집단 운송거부를 풀고 논의할 것을 요구해왔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산업계 곳곳에서 물류 차질이 심화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하루 15만톤(t)의 철강재를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제품 창고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이날 오전 7시부터 선재공장과 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불가피하게 1선재 공장부터 4선재 공장까지 전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가전과 고급 건축자재용 소재를 주로 생산하는 2냉연 공장도 운영을 멈췄다”며 “매일 선재 제품 약 7500t, 냉연제품 4500t 등 약 1만2000t가량 생산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도 화물연대 파업 이후 하루 평균 출하량이 평소 7만4000톤(t)의 1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시멘트 역시 출하량이 90%가량 급감하면서 운영을 중단한 레미콘 공장이 속출하고 있다. 현대차(005380) 울산 공장은 하루 생산량이 2000대 가까이 줄면서 약 1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항만 상황도 악화일로다. 국토부 중앙수송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부산항(신항·북항)의 컨테이너 장치율(컨테이너의 쌓여 있는 정도)은 79.1%로 전날보다 1%포인트(P) 올랐다. 인천항은 83.3%를 기록했다. 장치율이 80%를 넘어서면 컨테이너 선적·하역 작업에 어려움이 크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컨테이너 반출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여파다. 부산항에선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20피트 컨테이너(TEU) 1만2160개만 반출입됐는데, 평소의 40% 수준이다.
경제단체들은 화물연대 파업이 더 이어지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업무개시명령’을 요청했다. 한국무역협회 등 31개 경제단체들은 전날 성명을 통해 “화물연대는 우리 국민의 위기극복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집단운송거부를 즉각 중단하고 운송에 복귀해야 한다”며 “정부는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막대한 파급효과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상황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물자동차법 14조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명령을 거부할 수 없고, 국토부 장관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화물운송 종사 자격을 최대 6개월 정지하거나, 취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업무개시명령은 2003년 도입된 이후 발령된 적이 없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이 위헌적이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중 우리나라가 비준한 ‘제29호 강제노동 금지’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는 일단 지속해서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대화를 통해 화물연대의 운송거부가 빨리 마무리되는 게 최선이겠지만, 불가능하다면 정부가 강제 조처라도 나서야 한다”며 “산업 현장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고 말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