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전국 동시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후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제2터미널 앞에서 화물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태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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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 시행 전에는 운행 1건당 40만원을 받았는데, 지금은 50만원 정도 받아요. 하루 18시간씩 일해서 한 달에 고작 250만원을 손에 쥐는 형편인데 다시 ‘안전운임제’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까요?”
9일 오전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만난 이정수씨(가명·43)는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세 아이의 아빠인 그는 14년째 컨테이너 화물차를 몰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 돌입한 지난 7일부터 사흘째 거리로 나와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씨는 2년여 전 안전운임제가 도입되면서 “그나마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가 적용되지 않았을 때는 운송사가 임의로 금액을 줄여도 노동자들은 대할 수단이 없었죠. 컨테이너를 한 번 나를 때마다 돈을 받는 구조니까 운송사가 적게 주면 무리해가며 더 일해야 했어요. 지금은 안전운임으로 최저선이 정해져 있으니 정당한 금액을 받고 일할 수 있는 거죠.”
그의 휴대전화에는 지난 수년간 화물노동자로 일하며 모았던 월별 운행내역서가 빼곡히 정리돼 있다. 그는 안전운임제 시행전인 2017년 운행내역서와 지난해 운행내역서를 보여주면서 설명했다. 운행거리와 무게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려웠지만, 눈에 띄는 건 ‘앞자리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안전운임제 시행 전인 2017년 운행내역서를 보면 이씨는 건당 40만원씩을 받았다. 한달에 모두 15번 운송을 맡아 655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2021년 운행내역서에서는 대부분 건당 50만원을 넘겼으며, 60만원까지 받은 경우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15번을 운송했고 774만2300원이 수입이었다.
이씨는 비슷하게 일했는데 소득은 18% 정도 증가한 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유류비와 화물차 할부금 등으로 대부분 지출하기 때문에 이씨가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돈은 250만원에 불과하다. 이씨는 “오전 10시에 배차받으러 나가서 일을 마치면 다음 날 오전 4시쯤 들어오기 때문에 하루 18시간씩 일하는 구조”라며 “그래봤자 손에 쥐어지는 게 얼마 안되니까 화물노동자들이 무리하게 잠을 줄여가면서 주말도, 휴일도 없이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년전부터 컨테이너 화물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김상철씨(가명·27)는 안전운임제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실제로 받는 돈이 너무 적다보니까 무리해서 운행을 하는 거에요. 돈을 못 받으니까 주 6~7일 일하는거고 과적을 하다가 사고가 나는거죠. 악순환이에요.”
김씨는 “저도 화물차 할부금이 매달 400만원 가까이 나온다”면서 “파업해서 일을 안하면 다 빚이지만, 안전운임제가 노동자 뿐만 아니라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니까 그런 목소리를 내려고 파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2020년 1월1일부터 시범운영되고 있는 안전운임은 화물차 운행에 필수적인 고정비와 변동비에 더해 ‘최소 수익’이 반영되는 구조다. 적용대상은 특수자동차(트랙터)로 운송되는 수출입 컨테이너 및 시멘트 2개 품목이다. 현장에선 노동자들의 수입 증가와 사고 감소 효과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입법 당시 ‘2022년 12월31일까지 효력을 가진다’는 유효기간 조항이 포함된 탓에 올해를 끝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의뢰로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조사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용 특수자동차의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019년 1092건에서 1065건으로 2.5% 줄었다. 같은 기간 부상자수는 1681명에서 1575명으로 6.3% 감소했다.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컨테이너와 시멘트 화물노동자의 월평균 순수입은 증가했다. 컨테이너 화물노동자의 순수입은 2019년 287만원에서 2020년 315만원으로 9.9% 늘었다. 시멘트 화물노동자의 순수입은 2019년 240만원에서 2020년 362만원으로 50.8% 증가했다.
화물연대는 화물차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및 확대를 요구하며 지난 7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유지하는 한편 안전운임 적용 대상을 현 2개 품목에서 다른 차종·품목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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