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 물량 받기 위해 줄이어
"인력·시간·기름 손해 이만저만 아냐" 불만 고조
9일 오전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 물량을 받으러 온 주류 도매사 차량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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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뉴스1) 이주현 기자 = "지역 대형 도매사나 물류센터에서 받으면 될 물량을 새벽부터 강원도에서 왕복 3시간 거리를 직접 와서 받아가고 있습니다. 회사 차량은 업소에 배달하는 1.5톤 트럭인데 20여대가 왔으니 인력과 시간, 기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9일 오전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만난 한 강원도 지역 주류 도매사 직원은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전국의 수많은 도매사와 화물 지입차주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약 일주일간 계속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 파업 여파가 확산하고 있다.
9일 오전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출고장에 물건이 적재돼 있는 모습.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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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6시20분쯤 찾은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은 경찰과 화물연대 인력이 대치하고 있어 긴장감이 도사렸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각지에서 몰려든 물류차들은 길게 줄을 섰고 출고를 접수하기 위한 기사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경기도 김포에서 온 도매사 기사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창고 재고가 바닥을 보여 직접 물량을 받아가지 않을 경우 영업이 불가한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경유값이 올라 힘든 상황에서 왜 이런 불편과 손해를 감수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출고장에는 엄청난 양의 물량이 쌓여있었다. 물류가 원할하지 않아 제때 출고를 하지 못해 출고장에 계속 적재되고 있는 것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출고장에 이토록 많은 물량이 적재돼 있는 광경은 처음본다"며 "곧장 물류센터로 출고돼 소비자들을 만나야 될 물량이 쌓여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9일 오전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 물량을 받으러 온 주류 도매사 차량들에 지게차가 물건을 싣고 있다.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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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순간에도 1.5톤, 2.5톤, 대형트럭 등은 물량을 싣기 위해 분주히 드나들었고 지개차들은 일사불란하게 물량을 차량에 적재했다. 발주한 물량을 적재한 차량들은 출고검수장으로 향했다. 물건을 검수하는 것과 동시에 파레트로 실은 물량을 차량에 맞게 나눠 싣고 단단히 고정 시키는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었다.
인천에서 온 한 기사는 "대량으로 출고되면 하지 않아도 될 작업들을 하고 있어 상당히 비효율적인 상황"이라며 "여름 성수기가 다가오는 시점에 사태가 조속히 해결돼 이같은 불편함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9일 오전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 물량을 받으러 온 주류 도매사 차량들에 지게차가 물건을 싣고 있다.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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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진입구에서는 하이트진로 직원들이 김밥과 생수를 나눠주고 있었다. 새벽부터 끼니를 거르고 물량을 싣기 위해 온 기사들께 작은 성의를 보인 것이다.
한 기사는 "하이트진로에서 챙겨주는 김밥과 생수는 물론 빠른 일처리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금 풀린다"며 "많은 도매사가 직접 공장을 찾아 물량을 받아 가는 것은 그만큼 하이트진로가 그동안 도매사와 관계 설정을 잘 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웃어보였다.
9일 오전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모습.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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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입구에는 긴장의 상황이 계속됐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다수의 경찰인력이 배치됐고 화물연대 관계자들은 출고하는 차량을 일일이 세워 송장과 적재된 수량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느라 차량 진출입이 계속해서 지연됐다.
화물연대는 이들 차량과 차량 번호를 일일이 영상으로 남기며 마이크로 "이곳에 오면 안된다" "오지말라" 는 등의 압박을 가했다. 지입차량 기사들은 전에 없던 확인 절차에 얼굴을 찌부리며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하이트진로 직원들의 협조 요청에 큰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
9일 오전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출고하는 차량을 일일이 세워 송장과 적재된 수량이 맞는지 확인하고 있다.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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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자 GS리테일과 CU의 차량이 공장으로 들어섰다. 파업으로 인해 소주 제품 출고에 차질이 생기자 편의점은 본사가 직접 나서서 물량 수량 확보에 나선 것이다.
오전 8시 기준 GS25에서 보낸 차량 1대와 CU 본사에서 직접 보낸 차량 4대가 도착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미니스톱, 세븐일레븐 등의 차량도 들어섰다.
기존 소주를 운반하던 차량이 아니기 때문에 공장에 도착해 물량을 어떻게 적재할지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7단으로 적재된 기존 파레트의 경우 차량 높이와 맞지 않아 이를 나눠 싣거나 5단으로 적대해 실었다.
GS리테일 기사는 "오전 근무가 없는 상황에서 본사의 긴급 요청이 있어 지원에 나섰다"며 "한두차례 배송 후 오후 4시 기존 편의점 물류 배송 업무를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CU 김포물류센터에서 온 기사 역시 "어제 밤 센터별 2대의 물류 지원 지시가 내려와 새벽에 긴급히 내려왔다"며 "재고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센터별 물량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하이트진로 물류팀 관계자는 "유통 채널 차량이 직접 물건을 싣고 가는 것은 최초의 사례로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이번 파업으로 인한 물량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씁쓸해 했다.
9일 오전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 CU 차량이 소주 제품을 직접 받으러 오고 있다.© 뉴스1 이주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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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하이트진로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명은 지난 3월 말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일에는 이천공장에서 화물차주들이 공장 진입과 점거를 시도하면서 8시간 동안 생산라인 가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당시에도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A씨가 이천공장 일대 집회 현장에서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되는 등 상황이 격해졌다.
물류 차질이 이어지자 지난 5일부터 주류도매상이 직접 트럭을 끌고 와 참이슬, 진로 등 소주를 직접 운송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임금 인상 등의 요구를 내걸고 7일부터 총파업에 나선 만큼 파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권희중 하이트진로 노동조합 이천지회 사무국장은 "실질적 이익집단인 화물연대의 이번 파업은 정당성을 상실한 쟁의행위"라며 "일각에서는 노노갈등으로 비하하는 세력이 있지만 하이트진로 노동조합은 우리의 본업을 지키고 직원들의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성명을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jhjh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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