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운임 3%오른게 전부"
도매상 차량 하루 700대 몰려
"예전 물량의 절반밖에 못받아"
이천 공장 출고율 45%로 줄어
지난 7일 오후 4시께 민주노총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들이 파업하면서 20t 상당의 대규모 트럭이 도로변에 멈춰 있다. 대체차량(용차)을 규탄하는 피켓이 보인다. 사진=예병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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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으로 소주 배송이 지연되자 도매상들에게 고통이 전가되는 모양새다. 이른바 '소주 대란'에 속이 탄 도매상들은 직접 소형 트럭을 끌고와 물건을 떼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화물연대가 '과적 단속'을 하고 있어 도매상들이 애를 먹고있다.
■도매트럭 올때마다 과적 신고
지난 7일 오후 4시께 경기 이천시 하이트진로 공장에서 조합원들은 공장 입구 인근 도로에 깃발들을 세워두고 모여 있었다. 하이트진로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명은 지난 3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지난 2일부터 파업중이다. 이들은 도매 트럭이 물건을 실어갈 때 과적 차량을 파악해 신고하는 방식으로 소주를 유통하는 차량을 제재하고 있었다.
화물연대는 물건을 받기 위해 온 도매 트럭이 올때 과적 여부를 확인해 신고한다. 낮은 운임비로 정량만 가져갈 경우 어려움을 알리자는 취지도 있다. 방해행위 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과적 단속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어서 도매상들도 항의할 방법은 없다.
최병진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조직부장은 "5t짜리 트럭에 10t 싣게 하는 게 비일비재하다"며 "화물차 기사들에게 짐칸 덮개를 열어 확인해달라고 요청한다. 송장과 비교해 많이 실었는지 확인하고 과적하면 신고한다"고 설명했다.
최 부장은 "우리도 암암리에 과적해왔지만 위험한 건 알았는데 운임비가 낮으니까 어쩔 수 없이 실은 것"이라며 "운임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가 과적단속을 반복하자 평상시 대비 소주 출고율이 확 줄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지난 1일에서 6일 사이 이천·청주공장의 출고율은 평시 대비 38% 수준이다. 이천 공장만 따지면 출고율은 평시 출고율의 45%에 그친다.
황남열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지부장은 "하이트진로 측은 우리를 직고용한 회사가 아니라는 점, 화물연대는 노조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운임비 인상과 처우 개선이다. 운임은 3년 전에 3% 수준으로 3년 만에 인상된 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화물연대에 소속되지 않은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70%는 올해 재계약을 했다. 계약 조건은 3년 전에 인상해서 지난해까지 유지된 운임단가에서 5% 인상한 수준"이라며 "지난 2008년부터 하이트진로는 유가연동제도 시행하고 있고 현금성 지원도 있고 복지 부분에서 추가 지원도 하고 있어 (실질) 상승률은 20%가 넘는다"고 했다.
■직접 공장 찾은 도매상 "적자"
꽉 막힌 소주 유통에 실질적으로 고통받는 쪽은 주류 도매상이었다. 소주가 제때 물류센터에 오지 않자 사정이 급한 일부 도매상들이 직접 트럭을 몰고 공장까지 와서 제품을 실어갔다. 하이트진로 측은 지난 4일과 5일 동안 도매상 차량이 하루 평균 700대씩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7일에도 이천공장을 오가는 차량 가운데 20t짜리 화물 전용 대형 트럭은 찾기 어려웠고 도매상이 직접 모는 1.5t, 2.5t, 3t 정도의 소규모 트럭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도 과적을 문제삼는 조합원들 때문에 짐칸의 절반 정도만 채운 차량이 일부 눈에 띄었다.
서울 상일동에서 소주 도매업을 한다는 이모씨(68)도 이날 직접 트럭을 몰고 왔다. 그는 "현재 상황이 너무 힘들다. 차 한대 가지고 와서 예전 물량의 절반도 안 준다"며 "기름값 빼면 적자다. 이대로 계속 가면 직원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고통의 시간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과 하이트진로 간의 대화가 시작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협상이 안 되는 건 한쪽이 무리한 요구를 했기 때문"이라며 "조만간 운송사를 추가로 계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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