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노동자들이 지난 7일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에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등 기름값 급등에 따른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총파업 출정식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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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전면 총파업 돌입 이틀째인 8일 “정부가 실질적 중재 노력 없이 법 집행만 강조하고 있다”면서 총파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 화물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노동자들과 소통하려고 시도하거나, 관련 논의 절차를 진행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파업 노동자 10여명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파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정부의 초기 대응을 비판했다. 파업에 참여한 화물노동자 김영민씨(비조합원)는 “안전운임제 도입 전에는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기 위해 3시간 쪽잠을 자면서 일해 과로에 시달렸는데 제도 도입 이후 최소한 집에서 잠을 자고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안전운임제가 사라지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국토교통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파업의 의미를 축소하거나 엄정한 법 집행을 말하며 강경대응을 강조하는 등 중재 노력을 하지 않는데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국토부가 연일 “화물연대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정작 안전운임제 일몰제 문제와 관련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화물연대 측은 비판했다.
2018년 제358회 국회 임시회 국토교통위원회 제1차 회의록을 살펴보면, 안전운임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화물자동차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하면서 일몰 1년 전 국토부 장관이 안전운임제 시행결과를 분석해 연장 필요성 또는 제도 보완사항 등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 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를 수행, 올해 초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토부는 국회에 이를 보고하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여부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국회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달 초 안전운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본격적인 논의를 착수할 계획이었다면서, TF를 통해 논의를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화물연대는 “지금은 TF를 말할 때가 아니다. 국회에 성과를 보고하고 연장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혀달라”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국회 상임위에 보고를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데 대선도 있다보니 정치적 일정 때문에 (절차가) 밀린 측면이 있다”며 “국회 상임위가 열려야 보고를 하는데 지금 당장은 안 돼 있어서 먼저 TF를 구성해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이야기 해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화주나 운송사업자들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어 아직 화물연대에 TF 관련 공문을 보내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날 전국민중행동,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반민해방실천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화물연대 지지·연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생존의 위기에 몰린 노동자에 대해 불법을 엄단하겠다는 엄포가 아니라 실질적 문제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라고 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전날 0시부터 전국 주요 항만·산업단지·사업장 등 50여개 거점에서 2만5000여명이 총파업에 참여했다. 경찰은 이날 하이트진로 경기 이천공장 앞에서 화물차량 통행을 방해한 혐의로 화물연대 조합원 15명과 부산항에서 조합원 2명, 광주 하남산업단지에서 조합원 1명,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조합원 1명 등 모두 19명을 검거했다. 전날에도 4명이 같은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는데, 이 중 간부 2명은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나머지 2명은 가담정도가 낮아 귀가 조치했다. 이틀째 이어지는 총파업으로 일부 지역에서 화물차 통행이 막혔지만, 국토부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물류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오후 국회에서 화물연대·국토부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민주당은 안전운임제 필요성을 확인하고 정부에 원만한 해결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 연장이나 대상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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