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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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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능력주의 이 시대의 신흥종교…방치는 기성세대 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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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시험능력주의' 펴낸 김동춘 교수

31일 출간 간담회서 한국형 엘리트 비판

'시험=능력=공정' 입시보다 구조 바꿔야

기업채용 투자 늘려, 선발과정 정교화 해야

인국공 사태 대의만 본 문정부 잘못 일갈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시험능력주의 극복 없이 정의와 형평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풀 수 없다.” 국내 대표 진보 사회학자로 꼽히는 김동춘(63)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의 일갈이다.

신간 ‘시험능력주의’(창비)를 펴낸 김 교수는 31일 서울 창비 서교빌딩에서 출간 간담회를 열고 “한국은 ‘시험선수’ 엘리트들이 권력과 부를 세습하는 나라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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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31일 신간 ‘시험능력주의’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창비 제공).


책은 입시와 고시 등 선별 기제를 통과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강력한 특혜를 시험능력주의로 규정한다. 시험이 능력을 가리는 가장 공정한 방법이라는 인식이 지금의 입시와 고시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대학 입시에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고, 소수의 입시 경쟁 승자 외 나머지 학생들을 차별한다. 그러면서 시험능력주의와 관련된 병리적 사회 현상이 변형된 노동문제임을 설득력 있게 짚어낸다.

그는 책에서 “능력주의는 이 시대의 신흥종교가 되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도덕적 표준까지 되었다”고 비판하면서 “2022년 서울대 법대, 사법고시 출신인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 군부정권이 물러난 이후 한국은 명문대를 졸업해 고시를 통과한, 이른바 ‘시험선수’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시험능력주의’가 정치권력의 장으로까지 가게 되는 현실”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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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책을 쓰게 된 직접적 계기에 대해 2015년 구의역 김군 사망 사건과 그 이후 발생한 특성화고 학생들의 비극적 산재 사고를 이야기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교육 문제는 일종의 ‘노동자 안 되기’의 전쟁”이라며 “엘리트층에 과도하게 적용되는 시험능력주의와 노동자 안 되기가 맞물리면서 입시 병목이 심해지고 있다. 고등직업교육의 정상화와 노동자에 대한 좋은 대우가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2017년 인천국제공항 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청년층의 반발을 빚은 소위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의 줄임말) 사태의 원인도 고용 불안에서 찾았다. 그는 “신자유주의의 고용 불안 가운데 밥그릇을 나눠 갖는 데 대한 두려움과 함께 기득권 지키기의 한 과정으로서의 문제도 있었다고 본다”면서 “이 같은 담론이 나올 것을 예상 못하고 대의에만 의존한 당시 문재인 정부의 정교하지 못한 정책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그 대안으로 “대학 입시로 대표되는 1차 선별 이후의 누적효과를 줄이고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해 기업 채용과 관료 선발 등 2차 선별 과정을 정교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가 수능, 고시와 같은 시험 외의 절차를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밖에 사람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사회와 기업이 충분한 비용과 노력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이다. 채용 주체의 합리적인 절차와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신뢰 극복이 필요하다.”

또한 지위 독점을 도모하는 지배 집단에는 혹독한 징계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하루 아침에 바뀌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험능력주의 이면에 청년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 이걸 방치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잘못이고 큰 죄악”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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