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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러 대사 "서방, 전쟁 없어도 우리 제재"…우크라 대사 "러와 영토 거래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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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의 출구는 어디일까. 미국·유럽이 합심한 초유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 속에 전쟁이 장기화하며 전 세계가 에너지·식량 수급 불안에 떨고 있다.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고, 어떤 출구를 모색하고 있는지 양국의 주한 대사를 만나 들어봤다. 양측의 엇갈리는 주장을 그대로 전달한다.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



중앙일보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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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은 우크라이나의 극단주의가 몰고 올 더 나쁜 시나리오를 선제적으로 막아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는 ‘전쟁’이나 ‘침공’이란 용어 대신 ‘특수군사작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맥락 없이 사안의 한 부분만 떼서 보면 왜곡된 결론에 이르게 된다”며 “올바른 순서와 방법대로 역사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석 달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서 그를 만났다.

Q : 전쟁은 언제 끝나나.

A : “러시아의 고위 관계자들은 이 질문에 ‘스파이처럼 기밀을 알아보려고 하지 말라’고 농담처럼 답한다. 현재까지 특수군사작전은 계획대로 수행되고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강조한 세 가지 목표가 달성돼야 전쟁이 끝날 수 있다. 지난 8년간 우크라이나에서 학대당한 사람들에 대한 보호, 우크라이나의 탈나치·비무장화, 민간인에게 유혈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한 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

Q : 탈나치화가 침공 명분이 될 수 있나.

A : “우크라이나에 반유대주의와 네오나치 사상 등 극단주의가 매우 위험한 수준으로 퍼져 있다는 증거는 너무나 많다. 극단주의는 단지 우크라이나만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 히틀러가 처음 극단주의를 보였을 때 모두 비웃었지만, 결국 전 세계가 비극적 사태를 겪었다.”

Q :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東進)에 대응하고자 했는데 오히려 핀란드·스웨덴까지 나토에 가입 신청했다.

A : “나토는 냉전 시기 유럽 내 공산주의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나토의 적인 공산주의가 사라졌다. 나토도 없어지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 하지만 나토는 다섯 차례 확장했다. 동시에 서방은 러시아가 제안한 평화와 공존을 위한 협상을 모두 무시했다. 러시아의 인내와 경고를 무시하고 안보 위협을 가한 건 서방이다. ‘특수군사작전’은 레드라인을 넘은 서방, 돈바스 지역에서 ‘인종 숙청’을 준비하던 우크라이나를 막기 위한 러시아의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Q : 미국·유럽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타격받고 있다.

A : “서방은 강한 러시아를 원치 않는다. 러시아가 (침공을) 안 했어도 서방은 러시아를 제재했을 거다. 지금까지 1만128건의 경제 제재를 당했다. 이는 이란·북한을 능가하는 최대 규모다. 세계 200여 개국 중 48개국만 제재에 참여 중이다. 중남미와 아시아의 큰 나라들은 러시아와 함께하고 있다. 러시아가 제재로 힘들지만, 서방이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다.”

Q : 식량 위기가 가중되면서 세계식량계획(WFP)이 러시아에 흑해 항구 봉쇄를 풀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A : “서방은 러시아를 비난하려 식량 위기 관련 혐의까지 덧씌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량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붕괴, 운송비 증가를 꼽는다. 또 미국·유럽연합(EU)·일본이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8조 달러(약 1120조원) 이상 투입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가중됐고 식량 가격을 끌어올렸다. 미국·캐나다·호주·프랑스 등의 기상 악화도 작용했다. 핵심 요인을 잘 따져보면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은 식량 위기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Q : 한국도 대러 제재에 일부 동참했다.

A : “한국이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대외적 요인을 이해한다. 한반도 정세는 한국 대외 정책의 핵심인데, 이 부분에서 러시아와 늘 긴밀히 협조해 왔다. 지금도 좋은 시그널이 많이 있고, 양국 교류는 이어질 것이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중앙일보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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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참혹한 전쟁을 끝내는 것이지만, 영토는 종전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폭격을 멈추고 침공 전 그들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끝까지 싸우겠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대러시아 경제 제재가 느슨해져선 안 된다”며 항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일인 지난 2월 24일 한국 외교부에 신임장을 제출하며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그를 만났다.

Q : 서방 일각에서 영토 양보를 거론한다.

A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종전 관련 협상을 할 의향을 드러냈다. 다만 우리의 영토를 놓고 거래하진 않을 것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폭격을 멈추고 침공 전 지역으로 철수하는 것이 최소한의 조건이다. 파괴된 우크라이나 국토에 대한 경제적 보상도 받아야 한다.”

Q : 러시아군을 막아내는 원동력은.

A : “우리는 정당성 없이 싸우는 러시아와 달리 가족과 나라를 지키려는 분명한 목표를 가졌다. 우크라이나군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훈련을 받았고, 현대적 전술로 대응하고 있다. 반면에 러시아군은 2차 세계대전에서 별로 나아가지 못한 방식을 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 인근까지 왔을 때도 자리를 지킨 용기를 존경한다.”

Q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와 돈바스 해방을 내세운다.

A : “그들이 하는 일이 오히려 나치 같지 않은가. 우크라이나엔 나치 추종 세력이 없다. 어느 나라에나 있을 수 있는 소수 극단주의자의 존재가 그 나라를 침공해 기반 시설을 파괴하고, 국민을 학살할 이유가 되진 않는다.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 독립 후 20여 년간 잘 살아왔다.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이후 러시아가 돈바스 반군 세력을 부추겼고 이 때문에 200만 명 이상이 살던 곳을 떠났다. 모든 건 수년 동안 기획된 러시아의 영토 확장 야욕이었다고 본다.”

Q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라고 말한다.

A : “푸틴이 말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적 연관성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말이다. 우리는 중세부터 유럽과 교류하면서 유럽에 속한다는 느낌을 받아왔다. 우크라이나에는 고유의 역사·문화·언어가 있다. 러시아 국회의원들은 독립적인 우크라이나가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말을 하는데, 그들은 카자흐스탄·조지아·몰도바에 대해서도 그런 생각을 한다. 2014년 이후 그들의 정체를 확실히 알았고, 부차·브로댠카 학살을 목도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형제 국가’는 없다.”

Q : 최근 푸틴 대통령은 흑해 항구 봉쇄를 푸는 조건으로 서방의 경제 제재 해제를 거론했다.

A : “식량을 미끼로 한 러시아의 협박에 불과하다. 흑해 항구에서 나가는 곡물로 연간 4억 명을 먹여 살리는데, 이걸 쥐고 흔드는 게 러시아의 민낯이다. 우크라이나 농부들은 농기계를 돌릴 연료가 부족하고, 밭에는 지뢰들이 매설된 악조건에서도 식량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 한국에 요청하고 싶은 것은.

A : “이제까지의 지원과 제재 동참에 감사드린다. 새 정부 출범 후 더 다양한 지원 논의가 나온다고 알고 있다. 곧 우크라이나의 재건 문제가 논의될 텐데 한국 정부뿐 아니라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길 기대한다.”

글=강혜란 국제팀장, 박형수·김홍범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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