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하루 80% 추락했다…루나 2.0 문열자마자 '지옥의 눈치게임'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99.99% 폭락한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를 대체하고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새롭게 만든 ‘루나 2.0’이 하루에 80% 하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겪고 있다. 30일 오후 4시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루나 2.0은 24시간 전보다 2.08% 내린 6.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야후파이낸스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루나 폭탄 돌리기 시즌 2'의 막이 올랐다. 99.99% 폭락한 한국산 코인 ‘루나’를 대체하고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새롭게 만든 ‘루나 2.0’이 하루 만에 80% 하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겪고 있다. 지옥에서 돌아온 기존 투자자와 변동성 장세 속 수익을 노린 새로운 투자자 등이 몰린 탓이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루나 2.0은 지난 28일 오후 3시 공식 출시된 뒤, 해외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17.78달러에 상장됐다. 이후 가격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상장 2시간 만에 19.54달러까지 오른 뒤 5시간 만에 3.63달러로 급락했다. 7시간 동안 가격 변동률이 80%를 넘은 셈이다. 이후 4~6달러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30일 오후 4시 현재 루나 2.0은 24시간 전보다 2.08% 내린 6.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상장 가격의 3분의 1정도로 값이 떨어졌지만 시가총액은 12억8070억 달러(약 1조5868억원)에 이른다. 최근 24시간 거래량은 1억3800만 달러(약 1710억원)이다.

루나 2.0의 극심한 가격 등락은 ‘에어드랍’ 영향으로 풀이된다. 에어드랍은 일종의 코인 무료 배분 방식이다. 권 대표는 앞서 새로 만들 루나 2.0의 70%를 기존의 루나(루나클래식)와 테라(UST) 등 보유자에게 나눠주겠다고 밝혔다. 새 블록체인에서 공급되는 코인은 1억1600만개 수준으로 향후 늘려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 속 새로 받은 루나 2.0을 처분해 손실을 줄이려는 기존 투자자와 극심한 변동성 장세에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 사이 ‘지옥의 눈치 게임’이 벌어지며 변동성이 커진 셈이다.

중앙일보

테라폼랩스 트위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업계가 파악한 국내 루나 투자자는 약 28만명이다. 이들 중 루나 2.0을 배분받은 인원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는 기존 루나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루나 2.0에어드랍은 지원하지만, 상장이나 거래는 지원하지 않는다. 쿠코인과 크라켄, 바이비트 등 해외 거래소에서는 거래가 가능하다.

권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루나 2.0 거래가 가능한 거래소 소개를 리트윗하거나 홍보 글을 게재하고 이용자의 질문에도 답하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가 에어드랍을 통해 새 코인을 받으려면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므로 서비스 차원의 대처일 뿐 관련 암호화폐 거래 재개 여부 등은 불확실하다”며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루나 2.0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여전하다. 루나의 이름에 빗대 ‘루저(LUSER·루나+유저)’라고 비꼰 '밈(meme) 코인'을 만들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루나 2.0은 ‘고래’(코인을 대량 보유한 큰손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를 탈출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최근 폭락한 루나 코인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기존 루나와 테라의 가치 폭락이 특정 세력의 의도적인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낸슨은 "루나·테라 폭락 사태와 관련해 테라를 불안정하게 만든 단일한 공격자나 해커가 있다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논박한다”며 “이는 몇몇 자금이 풍부한 기관의 투자 결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낸슨은 테라 시스템이 무너진 지난 7∼11일의 블록체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몇몇 기관이 불안한 거시 경제 상황에서 테라 보유 비중을 줄이며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한 자금을 뺐다”고 설명했다. 앵커 프로토콜은 테라에 투자금을 예치하면 연 20%의 수익을 주겠다는 디파이(탈중앙화 금융)로테라폼랩스가 루나와 테라를 발행할 때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제시했다.

지난 9일 테라 가격이 기준가인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며 테라 시스템이 붕괴하고 루나 가격도 폭락하자, 당시 시장에는 특정 세력의 대량 매도 때문이란 음모론이 번졌다. 몇몇 대형 헤지펀드나 자산운용사가 루나·UST의 하락에 베팅하는 대규모 공격을 가해 폭락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