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당시 대전교구 대주교(오른쪽)가 2014년 바티칸 교황 집무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는 모습. [사진 제공 = 천주교 대전교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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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 역사상 네 번째 신임 추기경에 임명된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70)는 현재 로마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는 2009년 선종한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1922~2009), 지난해 선종한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1931~2021), 서울대교구장에서 올해 은퇴한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78) 등을 배출했다. 그간 서임된 추기경들은 모두 서울대교구장 출신인데, 유 신임 추기경은 처음으로 대전교구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현직 교황청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어 한국 천주교의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충남 논산 출생인 유 대주교는 1969년 서울가톨릭대에 입학해 1976년 교황청립 라테라노대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 중인 1979년 현지에서 사제품을 받은 유 대주교는 1983년 교의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솔뫼 피정의 집 관장, 대전가톨릭교육회관 관장, 대전가톨릭대 교수·총장을 거쳐 2003년 대전교구 부교구장, 2005년 대전교구장에 임명된 유 대주교는 주교회의 주요 위원회를 두루 거치면서 한반도 평화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2021년 6월에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됐다.
유 대주교는 아시아인으로는 네 번째 교황청 장관이었고, 성직자성 장관으로는 두 번째 아시아 성직자였다. 이때부터 유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은 예견됐다. 교황청 행정기구인 9개 성(省·Congregations) 장관은 관례상 추기경 직책으로 분류되기에 재임 중 추기경에 서임될 것이 확실시돼 왔다.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깝게 소통하는 몇 안 되는 한국인 성직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도 유 대주교의 역할이 컸다. 당시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 가톨릭청년대회 참석을 청하는 유 대주교의 서한을 받고 교황이 방한을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이후에도 그는 바티칸에서 수시로 교황을 개별 알현해 한국 천주교의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 대주교를 2018년 청년 시노드 때 교황 임명 특별 교부로 임명하기도 했다.
유 대주교는 지난해 8월 바티칸 현지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한국 최초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를 한국어로 직접 봉헌하기도 했다.
유 대주교는 그 자리에서 "코로나19라는 위기의 시대에 맞은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은 우리 모두에게 큰 은총과 함께 중대한 사명을 새롭게 전해준다"며 무엇보다 형제애의 실천을 강조했다. 또 "형제애는 코로나19는 물론 병든 세상의 유일한 해독제이자 사회악의 치료제"라고 말했다.
유 대주교는 대북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강론 때마다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염원과 이를 위한 교황 방북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근 유 대주교는 "남북 통신선이 복구됐다가 멈추는 등 남과 북, 북·미 관계가 살얼음을 걷는 상황"이라면서도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 관계에 유연한 모습을 취하는 등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요소들이 보이는 듯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 교계제도에서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가진 성직자 지위다. 교황을 보필하고 교회를 원활하게 관리하는 역할을 해 교황의 '최고위 보좌관'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전 세계 모든 추기경이 소속된 추기경단은 교회법상 교황의 최고 자문기관이다.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교황 유고 시 '콘클라베(Conclave·교황 선출 투표)' 한 표를 행사한다. 염수정 추기경과 마찬가지로 유 신임 추기경도 투표권을 갖게 된다. 유 신임 추기경의 서임식은 오는 8월 27일 로마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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