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천정부지 유가 언제쯤 꺾일까…'3대 이벤트'에 쏠리는 눈 [월가월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매일경제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는 미국 공휴일로 매년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이다. 메이저리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선수들 모자가 이날을 앞두고 군복에 쓰이는 카키색으로 바뀐다는 걸 알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이 시기가 되면 또 떠올려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사람들의 이동이 늘어나는 드라이빙 시즌(driving season)이란 점이다.

메모리얼 데이부터 9월 노동절 연휴까지를 드라이빙 시즌으로 부른다. 방학과 여름 휴가 등으로 자동차 운행이 늘며 연료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다. 스티븐 이니스 SPI애셋매니지먼트 매니징 파트너는 "휘발유 시장의 공급이 부족하고 미국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탄탄한 수요로 유가는 지지를 받는다"며 "이 시기에 일반적으로 정유사들은 생산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미국 여름철 성수기의 끝없는 수요에 최대한 맞추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연료 가격 급등이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최근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다. 미국의 내비게이션 업체 톰톰과 구글이 사람들의 이동을 측정해 보여주는 모빌리티 데이터는 최근 몇 주 동안 이동이 급증했음을 보여준다.

다만 애널리스트들은 유가 상승이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개월간의 봉쇄 조치 끝에 6월 1일부터 상하이를 재개방하려고 준비 중이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 둔화는 산업 생산과 건설 부문에 큰 타격을 입혔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애널리스트들은 투자 메모에서 "다른 지역에서는 괜찮더라도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는 일시적으로 이 지역의 수요를 감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북반구의 여름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중국의 봉쇄가 맞물려 유가 예상이 쉽지 않은 시기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만남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는 다음달 초 터키, 키프로스, 그리스, 요르단, 이집트 등을 방문해 에너지·무역·국제 정세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남이 성사된다면 양국 고위급 만남은 2018년 10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이후 약 4년 만이다. 지난달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사우디를 찾은 것 역시 바이든 대통령과 회동을 위한 사전 방문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전부터 "카슈끄지 살해에 왕세자의 명령이 있었다고 믿는다"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높아진 물가 부담으로 11월 중간선거에서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지자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에 증산을 거듭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 직후인 올해 2월 말 빈살만 왕세자에게 통화를 요청했지만 사우디 측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 석유 배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러시아의 산유국 지위를 계속 지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같은 발언도 미국과 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등의 증산을 노리고 있지만 사실상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실질적인 증산 가능 산유국으로 꼽힌다.

선진국들의 증산이 어려운 이유는 화석연료에 대한 신규 투자 감소로 생산 여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원유·가스 공급과 관련된 글로벌 투자는 2014년 말 유가 급락 이후 감소세가 가파르다. 2014년 1조1500억달러(약 1883조원) 수준이었던 투자가 2016~2019년에는 연평균 8000억달러를 하회했고, 2020년에는 약 5000억달러로 대폭 축소됐다. 6년 만에 투자 규모가 절반 이상 줄어 신규 생산 여력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

수요 감소가 뚜렷하게 예상되는 산업에서 중장기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긴 사실 쉽지 않다. 2010년대 정점에 도달했던 원유나 천연가스 부문 투자가 2050년까지는 오히려 더 가파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엑손모빌 등 석유 메이저 업체 투자가 여전히 매력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원유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무턱대고 이들 업스트림(원유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올 들어 주가가 급등한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엑손모빌의 최고 목표가를 120달러로 예상했다. 9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 주가를 감안하면 아직 상승 여력이 있다. 셰브론, 옥시덴털페트롤리엄 등이 유가 상승 수혜주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도 30일부터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최근 헝가리 등이 반대 의견을 피력하며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엑손모빌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정책까지 강화하고 있어 여러모로 긍정적"이라며 "에너지 가격 강세 사이클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활용해 단기적으로는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신사업 진출을 위한 저탄소 분야 투자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매일경제

※ 해외 증시와 기업 분석 정보는 유튜브 '월가월부'에서 볼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찍으면 '월가월부'로 이동합니다.


[이동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