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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도 역대급 더위라는데…‘찜통 물류센터’엔 해결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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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력 없는 정부 ‘폭염 대책’

고용노동부 열사병 예방 가이드 냈지만

실내 사업장엔 ‘권고’만


한겨레

29일 정오께 서울 중구 남산 둘레길 그늘에서 한 시민이 땀을 닦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서울 낮 기온은 30도 가까이 올랐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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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 등 실내 온도가 높은 사업장에 대해 정부가 처음으로 열사병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지난해 쿠팡 물류센터가 폭염 대책 사각지대로 지적되자 올해 새로 반영한 것인데, 사업주가 기존에 하던 조처를 되풀이하는 수준인데다 강제력도 없어 실효성은 미지수다.

여름철을 앞두고 2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폭염에 의한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이행 가이드’(열사병 예방 가이드)를 보면, 노동부는 기존에 실외 사업장에 안내하던 ‘물·그늘·휴식’이라는 3대 수칙에 더해 실내 사업장의 열사병 예방 가이드를 추가로 안내했다. △창고형 물류센터처럼 열이 잘 빠져나가지 않는 실내 사업장은 실내 온도가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냉방장치를 설치하고 △설치가 곤란한 경우 주기적으로 창문을 열고 더운 공기를 내보내며 △가급적 아이스조끼·아이스팩 등 보냉장구를 노동자에게 지급해 착용토록 하라는 것이다.

한겨레

정부의 폭염 예방 가이드에 올해 새로 포함된 실내 사업장 열사병 예방 안내사항.가이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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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내용은 상당수 사업주가 이미 지키고 있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7월 쿠팡 물류센터의 무더운 실내 노동환경이 문제가 됐을 때도 쿠팡 쪽은 “선풍기와 물, 아이스크림을 구비했다”며 열사병 예방 조처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공공운수노동조합 쿠팡물류센터지회 쪽은 “선풍기가 있어도 내부 온도가 떨어지지 않고 물 등은 휴식시간을 얻지 못해 마시러 갈 수 없었다”고 반박하며 휴식시간을 주기적으로 부여하는 등 사업주 의무를 특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실외 작업의 경우 가이드는 ‘1시간마다 10∼15분씩 휴식하게 하라’고 정하고 있다. 반면 실내 작업에 대해선 ‘개선이 불가피한 경우 업무량을 조정하거나 휴식시간을 부여하라’는 문구만 안내했을 뿐이다.

게다가 실내 사업장 열사병 예방 가이드는 실외 작업에 적용되는 3대 수칙(물·그늘·휴식)과 달리 단순 권고사항으로, 법적 강제력이 없다. 3대 수칙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인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산업안전보건규칙)에 근거를 두고 있어 사업주가 어길 시 징역 5년 이하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반면 실내 작업은 이런 법적 근거가 없다.

민병조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렇게 모호한 수준의 가이드를 보고 어느 사업주가 휴식시간을 제대로 부여하겠느냐. 강제력이 없으면 의무가 구체적이기라도 해야 되는데 그렇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옥외작업은 작업환경이 대체로 비슷해 휴식시간 등 의무를 특정하기가 쉬운데 실내 사업장은 작업 방식이 제각기 다르다 보니 포괄적인 원칙을 제시하는 편이 더 낫다고 봤다”며 “올해 하반기 산업안전보건규칙이 실내외 작업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고 나면 보다 구체적으로 안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물마실 시간과 휴식권을 실내 사업장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규칙을 개정해 입법예고한 상태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 시행된 만큼 올 여름부턴 사업주가 열사병 예방 가이드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가 재해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어서다. 같은 사업장에서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데, 해당 질병 종류에 열사병이 포함된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간 여름철 폭염으로 온열질환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는 총 182명이며, 이 가운데 29명(15.9%)은 숨졌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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