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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다급한 민주 '이재명 구하기'…뒷심 붙은 양승조·이광재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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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히든카드가 있었다면 그건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출마였다. 이 고문은 지난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연 출마 기자회견에서 “제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저 역시 조기 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당이 처한 어려움과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내 많은 반대를 뚫고 강행한 조기 등판이지만 송영길 전 대표에게 5선을 안긴 계양을을 안전판 삼아 전국을 돌며 지방선거판 전체의 반전을 꾀할 거라는 민주당 안팎의 전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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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은 26일 오전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와 함께 '공항ㆍ철도ㆍ전기ㆍ수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등꼴을 빼고 일부 민간사업자 배 불리는 민영화, 결코 허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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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19일 개시된 공식 선거운동 초반 충청권과 부산ㆍ경남 땅을 밟기도 했던 이 고문의 발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을 끝으로 인천에 묶여 있다. 무명에 가까웠던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고문을 턱밑까지 추격하면서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45.5%, 윤 후보는 44.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2.5%가 이 후보를, 42.7%는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사전투표 첫날인 27일엔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을 제외한 비대위 지도부 전원이 인천 계양을에 총집결해 집중 유세를 벌였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이재명 효과’는커녕 ‘이재명 일병 구하기’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격전지 중 이 고문의 출마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선거에서도 여론의 여권 쏠림 현상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중앙일보·한국갤럽이 지난 24~25일 진행한 조사에서 경기지사에 도전 중인 김동연 민주당 후보는 37.4%의 지지율을 얻어 45%를 기록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에 밀렸고,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한 박남춘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37.2%로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46.1%)에 뒤쳐지고 있다. 모두 격차가 오차 범위(경기 ±3.1%, 인천 ±3.5%) 밖이다.

중앙일보

인천 계양구을 보궐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2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OBS경인TV 스튜디오에서 열린 계양구 선거관리위원회 주관 TV토론회에 참석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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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문은 본인을 포함한 격전지 후보들의 고전 이유를 낮은 당 지지율에서 찾고 있다. 26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한 그는 “정당 지지율은 일종의 산맥 같은 것”이라며 “높은 산에 올라간 사람하고 낮은 산에서 있는 사람을 비교하는 것도 비슷해서 정당 지지율이 지금 10%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우리 후보들이 사실은 엄청나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 지역구의 한 다선 의원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후폭풍에 박완주 의원 성비위 의혹, 지도부 내홍 등 악재가 많은 반면, 여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허니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며 “‘윤석열의 시간’이라 고전할 뿐, 이 고문의 출마나 선거 캠페인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내 일각에선 이미 “송영길 전 대표의 갑작스런 서울행과 이 고문의 명분없는 인천행이 해볼만 한 선거를 망쳤다”(친문 재선 의원)는 책임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여론조사전문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계양을 유권자들이 송 전 대표가 떠나는 이유도 이 고문이 오게 된 이유도 제대로 납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초반 세과시 형태의 선거전을 벌인 게 패착”이라며 “계양을이 흔들리면서 인천 전역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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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가 파란색 민주당 자켓이 아닌 흰 셔츠 차림으로 25일 강원 춘천 중앙로터리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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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격전지 중 후보가 당 지도부나 이 고문과 전략적 거리를 유지해 온 충남과 강원에선 뒷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도 나섰던 이광재 전 의원과 양승조 충남지사가 주자다. 강원도발 여론 조사는 진폭이 큰 편이다.

춘천KBS 등 강원도 내 5개 언론사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6~20일 진행한 조사에선 이광재 민주당 후보 33.9%,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 45%로 11.1%포인트 차이가 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지난 15~17일 일요신문·조원C&I 조사에선 3.7%포인트 차(이광재 43.6%, 김진태 47.3%)의 혼전 양상이었다. 인터넷매체 MS투데이·한국갤럽이 지난 20일 춘천시 한정해 진행한 조사에선 이 후보가 49.4%, 김 후보는 45.2%를 기록했다. 춘천은 김 후보의 연고지다. 충남의 양 후보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선거운동 기간을 5일이나 손해봤지만 지난 21~22일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45.1%를 기록해 김 후보(43%)를 오차범위 내(2.1%포인트)에서 앞서는 등 대부분의 조사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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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지난 23~24일, 경기·인천은 지난 24~25일 조사.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두 후보 모두 ‘민주당’‘이재명’등의 단어는 잊은 채 자신의 이름 석자와 민생 정책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 후보는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 에게 당은 식당ㆍ서당ㆍ경로당”이라며 “거대 담론, 진영 담론에서 빠져 나와 국민의 삶의 문제를 좀 더 깊이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 후보는 지난 24일 인터뷰에서 “도민들이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며 “4년 간 착수해 놓은 충남 발전 프로젝트들을 다음 임기에서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민주당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후보들의 각자 도생을 기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 지지율이 바닥이라 지원 유세도 조심스런 처지”라고 말했다. (※인용된 여론 조사의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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