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용퇴’ 내세운 혁신… 주류 반발에 흐지부지
박 위원장은 “더 넓은 공감대를 이루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달게 받겠다”며 자신이 주장한 86용퇴론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박 위원장은 “다 물러가라는 것도 아니고, 지방선거에 출마한 586 후보들은 사퇴하라는 주장도 아니다”라며 “시대 흐름과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586은 물러나고, 남아 있는 586도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마음 상하셨을 윤호중 위원장에게 ‘특히’ 사과한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충북 제천 중앙시장 유세에서 “힘 있는 여당 후보를 압도적인 표 차로 뽑아달라”고 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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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은 이날 당 쇄신에 대한 의지를 재차 밝히기는 했다. 그는 “이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낡은 기득권 정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폭력적 팬덤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 일부지만 팬덤 정치가 우리 당원을 과잉 대표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의 주류인 86그룹을 상대로 어젠다를 이끌어 나가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 17명 중 9명, 국회의원의 64%는 86그룹이다. 실제로 박 위원장은 이날 사과문 발표 이후 윤 위원장에게 민주당 쇄신 관련 공동유세문 발표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의 5대 쇄신 과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유세문을 제안했고 윤 위원장과 협의했지만 결과적으로 거부당했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에 따라 윤 위원장과 참석하기로 했던 인천 집중 유세 일정을 취소했다.
박 위원장의 24일 기자회견 후 86세대들은 지속적으로 반발해왔다. 86그룹인 윤호중 비대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김민석 의원이 참석한 25일 회의에서 윤 위원장은 박 위원장 발언에 “이게 지도부인가”라며 책상을 치고 회의실을 떠났고, 박 원내대표도 “개인 자격으로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이 “이럴 거면 나를 왜 이 자리에 앉혔느냐”고 맞받았지만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됐다.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자들은 당 게시판 등에서 ‘박지현 사퇴’를 요구했다.
86그룹인 우상호 의원은 27일 “특정 세대 전체를 통으로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정합성도 떨어지고 좀 불합리한 얘기”라며 “특히 이번 선거에는 86세대에 해당하는 후보자들이 많이 나가 있지 않느냐. 비대위 차원에서 공천을 해놓고 물러나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윤호중·박지현 위원장은 26일 청계광장 ‘총결집 집중 유세’에 함께 참석할 예정이었다가 불참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을 옹호하는 당내 목소리도 있었지만 소수였다. 친명(親明·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민주당은 연인원 20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촛불을 들어 만들어준 정권을 5년 만에 검찰 정권에 넘겨줬다”며 “더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반성하고 혁신의 다짐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박용진 의원은 “박 위원장이 굉장히 용기 있는 발언을 했다”고 했고,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의 대표인 고영인 의원은 “우리 초선들도 많은 분이 박 위원장의 내부 쇄신 제기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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