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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 제로’ 대학도 등장… 1600만 中 탕핑세대, 피 말리는 구직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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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1일 중국 상하이 옛 프랑스 조계지의 랜드마크인 우캉빌딩 앞에서 자전거를 탄 청년들이 도로 위를 지나가고 있다. 일부 주거지역의 봉쇄가 먼저 풀리면서 상하이 거리에는 다시 시민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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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졸업 예정자는 학부생 496명, 석사 233명, 박사 3명 등 총 732명. 그런데 아직 한 명도 채용 계약을 못 했습니다.”

중국 광둥성 지난(暨南)대 신문방송대학은 지난 25일 학교 소셜미디어에 “취업을 도와달라”는 게시물을 올리며 ‘취업 제로(0)’ 사실을 공개했다. 대학 관계자는 “역대 가장 어려운 취업 시즌”이라고 전했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도 취업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강력한 코로나 방역의 여파로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대졸자 취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7월 대졸자는 1076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 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대졸자 가운데 취업이나 창업, 대학원 진학 등이 확정된 사람은 23.6%에 그쳤다.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지난해 졸업생까지 합하면 1600만명이 피 말리는 구직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4월 16~24세 실업률은 18.2%에 달했다. 베이징대 루펑(盧鋒) 교수는 “중국 청년 실업률이 지난해 이후 계속 상승, 유럽(13.9%)과 미국(8.6%)을 한참 앞섰다”고 했다.

문제는 당장 일자리를 늘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고용 규모가 큰 서비스 업종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개점휴업’ 상태다. ‘체제 내 직업’이라고 불리는 정부 기관이나 대형 국영기업으로 구직자가 몰리지만 채용 규모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대졸자들이 선호하던 IT 기업은 최근 잇따라 큰 폭의 감원에 나섰다.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를 운영하는 텐센트는 클라우드와 게임, 광고 분야 직원 10%를 해고할 예정이다. ‘네이버 지식인’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즈후는 최근 직원 20~30%를 감원하기로 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IT 기업을 창업해 부(富)를 쌓는다는 신화(神話)가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는 ‘탕핑(躺平) 세대’라고 불리는 중국 청년들이 보고 있다. 탕핑은 ‘드러눕는다’는 뜻으로, “초(超)경쟁 시대에 쓸데없이 노력하지 않겠다”는 자조적 의미를 담은 유행어다. 베이징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인 중국인 황모씨는 “탕핑은 경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숨이라도 돌리자는 의미로 널리 쓰이지만, 요즘 같은 취업난 속에서는 그마저도 사치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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