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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의 '브로커'... 칸은 10분 기립박수로 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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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감독 첫 한국 영화 칸 공식 상영
한국일보

배우 강동원(왼쪽부터) 이주영 이지은 송강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인 26일 오후 제75회 칸영화제 '브로커' 공식 상영회 레드 카펫을 밟고 있다. 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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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현지시간) ‘브로커’가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제75회 칸영화제 공식 상영회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브로커’는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등 21편과 함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과 심사위원대상 등을 놓고 경쟁을 펼친다.

‘브로커’는 아기를 둘러싼 여러 인물의 사연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짚고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영화다. 국내 영화사 집이 제작했고, CJ ENM이 투자했다. 송강호와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가수 아이유) 이주영이 출연했다. 고레에다 감독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스태프가 한국인이다.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로 분류됐다.

20대 여성 소영(이지은)이 비 내리는 어느 밤 한 교회 베이비박스 앞에 아기를 두고 가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빚에 쪼들리는 상현(송강호)은 베이비박스를 담당하는 동수(강동원)와 함께 아기를 빼돌린다. 돈을 받고 불임부부 등에게 불법 입양을 시키기 위해서다. 소영이 아기를 되찾고자 교회를 찾아오면서 상현과 동수의 계획은 뒤틀린다. 세 사람은 아기의 새 부모를 찾아주기 위한 기이한 여정에 나선다. 상현의 브로커 짓을 오래 추적해 온 형사 수진(배두나)과 이 형사(이주영)가 이들의 ‘거래’ 현장을 덮치려는 계획이 포개지며 이야기는 본격 전개된다.

‘브로커’는 2018년 고레에다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긴 ‘어느 가족’과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작품이다. 핏줄이 이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과도 같은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그린다. ‘어느 가족’과 달리 생명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추가한다. “낳아서 버리는 것보다 낳기 전 죽이는 게 죄가 더 가벼운가요”라는 소영의 반문은 이 영화를 관통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26일 오후 칸 한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처음에는 아기를 버린 여자와 브로커가 만나 유사가족을 형성하는 과정을 단순하게 그리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베이비박스와 보육원, 브로커 수사 형사 등을 취재하면서 한 생명을 둘러싼 이야기로 바뀌었다”며 “이 점이 제 이전 영화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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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는 아기를 불법 입양시키려는 브로커들과 아기 엄마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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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고레에다 이전 영화들처럼 악의가 가득한 세상에서 선의가 흐린 밤하늘에 별처럼 반짝일 수 있음을 강조한다. 별스럽지 않은 듯한 장면으로 진한 잔상을 남기고, 강요하지 않고 눈물을 끌어내는 고레에다의 솜씨는 여전하다. 살인 사건이 끼어들었는데도 수진이 끝까지 아기 거래에 대한 수사에만 집중하는 모습, 소영이 거래에 끼어드는 대목 등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26일 공식 상영회는 시작 전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이지은의 팬들이 뤼미에르 대극장 주변에 몰려들어 “아이유”를 여러 차례 불렀다. 이지은과 강동원 이주영은 레드 카펫에 오르기 전 팬들의 사인 요청에 일일이 응했다. 프랑스 배우 뱅상 랭동이 레드 카펫에 올라 눈길을 끌기도 했다. 2015년 ‘아버지의 초상’으로 칸영화제 최우수남자배우상을 받았고, 지난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티탄’의 출연배우다. 랭동은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이다. 심사위원장이 공식 상영회를 찾는 것은 드문 일이다. 랭동의 등장은 ‘브로커’에 대한 현지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드러냈다.

영화 상영 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무렵부터 환호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영화제 측이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지 않은 상태에서 극장 실내 조명을 켤 정도로 관객의 호응은 뜨거웠다. 기립박수는 10분 넘게 이어졌다. 스크린으로 배우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클로즈업 될 때마다 환호가 나왔다. 고레에다 감독은 “티에리 프리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서스펜스를 잘 만들어(긴장되는 자리로 초청했다는 의미) 식은 땀이 막 났다”며 “코로나19 기간 동안 영화를 찍느라 힘들었는데, 영화를 여러분과 함께 정상적으로 나눌 수 있어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외국 언론의 반응은 엇갈렸다. 미국 연예전문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월드 시네마의 걸출한 휴머니스트는 언제나 기대했던 결과를 내놓는다”며 호평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어느 가족’의 감독이 두 아기 유괴범을 사랑스러운 불량배로 전환시키려 노력하는 순진함을 보여준다”며 “‘기생충’의 송강호마저 착 달라붙게 연기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브로커’는 다음 달 8일 개봉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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