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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통신사 5G 부당이득 3兆]⑤ ESG 역행하는 5G, 온실가스 주범… 통신사 감축 대책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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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통신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배출한 온실가스가 지난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 3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 첫 해인 지난 2019년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이동통신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한 5G 가입자 수와 영상 시청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이터를 소화한 여파다. 여기에 통신 품질 향상을 위한 기지국 구축도 한몫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5G를 지목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6세대 이동통신(6G) 등 통신 세대가 고도화할수록 이런 현상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통신업계와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앞다퉈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외치고 있는 통신업계가 5G를 앞세워 곳간만 채우고 정작 환경은 뒷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보다 6.75% 증가한 351만8403tCO₂eq(이산화탄소 환산량)로 집계됐다. 2020년에도 전년과 비교해 9.85% 늘었는데, 지난해 역시 증가세를 지속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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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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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시장 점유율 ‘역순’으로 많았다. 단순 이동통신 가입자가 많다고 온실가스 배출을 더 많이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배출량 139만8845tCO₂eq으로 가장 많았고, KT(130만5870tCO₂eq), SK텔레콤(105만1348tCO₂eq) 순이다. 이런 양상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수(휴대폰 기준)는 올해 3월 기준 전체 5548만명이다. 이 중 SK텔레콤이 2525만명으로 가장 많고, KT(1661만명), LG유플러스(1361만명) 등의 순이다.

5G 가입자만 따져봐도 SK텔레콤이 국내 5G 가입자 절반가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적다. 3월 기준 국내 5G 가입자는 2290만명이다. SK텔레콤이 1087만명으로 가장 많고, KT(694만명), LG유플러스(501만명), 알뜰폰(7만명) 등의 순이다.

이동통신사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대부분은 직접 배출이 아닌 간접 배출이다. 가입자들이 사용하는 데이터를 소화하기 위한 전력 소모가 대표적이다. 24시간 동안 365일 연중무휴로 가동해야 하는 기지국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기, 열, 스팀 등이 주요인이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간접 배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9%에 이른다. 이는 이동통신 세대를 거듭할수록 통신 기술이 고도화하면 더 심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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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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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2019년 5G 상용화 이후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쓰는 트래픽(자료 전송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5G 가입자 수가 늘면 늘수록 데이터 트래픽도 함께 비례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5G 상용화 첫해인 2019년 당시 5G 가입자 수는 약 466만명으로, 전체 무선데이터 트래픽은 59만5310TB(테라바이트)였다. 2020년 11월 말 5G 가입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하자, 같은 해 12월 트래픽 소모량은 71만1937TB로 뛰었다. 상용화 2년 7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5G 가입자가 2000만명을 넘어서자, 지난해 12월 트래픽은 84만2772TB까지 치솟았다.

올해 3월 트래픽 소모량은 88만2976TB로 다시 최대 기록을 갈아 치웠다. 3월까지 5G 가입자가 2290만명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3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데이터 소모량도 늘 수 있다는 의미다.

통신업계는 기존 4세대 이동통신(LTE)보다 빠른 속도를 내세운 5G를 통해 영상 시청 등을 즐기는 가입자가 늘면서 무선 트래픽도 덩달아 증가한 것으로 분석한다. 여기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이 잇달아 경쟁에 나서면서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전체 무선데이터 트래픽에서 5G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0.40%에서 올해 3월 기준 67.45%까지 늘어난 상태다. 이는 고스란히 이동통신사의 데이터센터, 기지국의 전력 소모로 이어졌다.

이동통신사들의 온실가스 배출은 2019년을 기점으로 대폭 증가했다. 2018년만 해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은 전년과 비교해 2%대에 불과했다. 2019년도 4%에 머물렀다. 그러다 2020년 9%로 치솟은 데 이어 지난해 6% 중후반대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이동통신사들은 5G 가입자 수 증가와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기지국 구축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한다. SK텔레콤은 최근 정보통신기술(ICT)로 창출한 사회적 가치(SV)를 금액으로 환산한 결과를 내놓았는데, 환경성과는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5G 서비스 인프라 증설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5G는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5년 4.86t에서 2014년 4.52t까지 줄었다가 2021년 4.78t으로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국제사회 기후 위기 대응 방안으로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선언한 지난 2005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해왔던 시내 온실가스 배출량과는 정반대다. LTE에서 5G로 전환하며 향상된 통신 속도와 스마트폰 보급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서울시 측은 분석했다.

국내 한 정보통신(IT)기업 관계자는 “기존 문자와 텍스트, 통화 위주였던 것이 최근에는 유튜브 등의 동영상 시청 증가로 인해 데이터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라며 “간접 배출을 줄이기 위해 이용자들의 영상 시청 등을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했다.

정부 역시 난감한 상황이다. 국내 5G 품질 향상을 위해 이동통신사에 기지국 구축을 독려하고 있지만, 이는 온실가스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통신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사들의 온실가스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은 대개 환경부에서 하고 있으며 개별 통신사의 온실가스를 모두 챙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말했다.

김양혁 기자(presen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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