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대선후보-무명 정치인의 ‘박빙 쟁투’…인천 계양을에 무슨 일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르포

한겨레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맞붙게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 사진)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26일 오전 각각 ‘공항·철도·전기·수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과 국민의힘 현장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있다. 인천/공동취재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형선(국민의힘 후보)도 인기 없어요. 그런데 이재명(더불어민주당 후보)이 더 싫죠.”

6·1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엿새 앞둔 26일 만나본 이 지역 민심은 역대 최고의 비호감 대선으로 꼽힌 지난 3·9 대선의 잔상을 털어내지 못한 것 같았다. 대선 기간 끊이지 않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도덕성 논란 등의 여파는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0.73%포인트라는 간발의 차이로 대선에서 낙선한 ‘거물 정치인’이, 그것도 더불어민주당의 ‘오랜 텃밭’에서, 상대적으로 ‘무명’인 경쟁자와 맞붙어 고전하는 이유다.

인천 계양을은 송영길 전 의원(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이 5선을 지낸 곳으로, 이재명 후보가 이곳을 출마지로 택했을 때 “비겁하다”는 비판이 나왔을 정도로 무난한 당선이 예상된 곳이다. 국민의힘에서도 명망가가 아닌, 두차례 선거에서 연거푸 실패했던 윤형선 후보를 공천하면서 이 후보의 낙승 전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의 여론조사는 이런 예상을 깨고 있다. 지난 23~24일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45.5%, 윤 후보는 44.3%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한국리서치가 <한국방송>(KBS) 의뢰로 같은 기간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42.5%, 42.7%로 초박빙이다.(여론조사 모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계양을 지역구에서 만난 주민들 중에는 “윤형선은 잘 알지도 못하지만, 이재명이 싫어서” 윤 후보를 찍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계양4동에서 20년간 살았다는 최아무개(60)씨는 “솔직히 윤형선은 인지도가 없다. 왜 저 사람이 정치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이재명이 더 불편하다. 신발 신고 벤치 위에 올라가고 사람들을 밀치는 모습을 보면 독선적이다”라고 말했다. 정아무개(60)씨는 “아무리 그래도 형수한테 욕설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며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때 성과는 인정하지만, 추진하는 과정에서 안하무인인 것 같다”고 했다.

그에 더해, 윤 후보는 집권여당 후보라는 이점을 챙기고 있었다. 임아무개(29)씨는 “정권도 바뀌었는데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돼야 지역이 발전하지 않을까”라며 “괜히 이재명 후보를 뽑았다가 인천 계양을만 정부의 타깃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아무개(64)씨는 “대통령이 국민의힘이다 보니 여당을 밀어주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추진력과 인지도를 이유로 꼽았다. 조아무개(70)씨는 “이 후보는 리더십이 뛰어나서 좋다”고 했다. 이아무개(64)씨는 “인지도 있는 이재명 후보가 중앙 정치에서 힘받아 더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뜻밖의 고전에 이 후보는 초비상이다. 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인 이 후보는 전국을 누비며 지원 유세를 해왔지만, 이제는 다른 후보를 지원할 여유가 없다. 그는 지난 24일부터는 인천을 벗어나지 않는 일정만 소화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현장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절박함을 느끼고 있는 만큼, 그분들이 투표장에 나온다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판세가 들썩이자 국민의힘은 총력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계양구 윤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현장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이 후보를 겨냥해 공세를 퍼부었다. 국민의힘은 이 지역을 오랫동안 지켜온 자당 후보와 이번에 출마하고 나선 이 후보를 ‘25년 윤형선 대 25일 이재명’이라는 구호로 부각하면서, “인천이 호구냐. 계양구민을 우롱한다”(권성동 원내대표), “정치생명이나 걱정하며 알아서 찍으란 식으로 계양주민들을 협박한다”(성일종 정책위의장)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이준석 대표도 이날 오후 이곳에서 지원 유세를 했다. 또 이 대표는 28일 윤 후보와 함께 이곳에서 사전투표를 할 계획이다. 윤 후보가 고수해온 ‘지역 밀착형 선거’ 방침에 더해, 당 지도부의 막판 전략적 지원이 가세한 것이다.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는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천 계양을 판세에 대해 “근소한 차로 국민의힘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해정 임재우 기자 sea@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항상 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 신청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