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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테라 'K코인'의 몰락....'죽음의 소용돌이' 덮친 가상화폐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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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가상화폐로 ‘K코인’이라 불렸던 루나와 테라USD(UST)의 폭락이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손실을 본 국내 피해자만 수십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일각에서는 ‘크립토 윈터(가상화폐 시장 겨울)’가 임박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루나와 테라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 권도형 대표와 신현성 티몬 창업자가 공동 창업한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화폐다. 이 둘은 서로 한 몸 같은 가상화폐로, 특이한 거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테라폼랩스는 루나 공급량을 조절해 테라 1개의 가치를 1달러에 맞추도록 하는 알고리즘을 채택했다. 테라폼랩스는 테라 시세가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루나를 찍어 테라를 사들이고, 반대로 테라가 1달러를 넘어서면 테라로 루나를 매입하는 식으로 통화량과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절해왔다.

이 알고리즘은 코로나 국면에서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넘쳐날 때는 별문제 없었다. 미국이 유동성을 회수하는 양적 긴축을 본격화하는 등 가상화폐 시장이 잔뜩 얼어붙자 상황은 급변했다. 가상화폐 시장이 살얼음판을 걷자 루나와 테라가 동반 급락하는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가 투자자들을 덮쳤다. 테라를 매도하고 받은 루나의 가치는 속절없이 추락했고 투자자 사이에 ‘1테라=1달러’라는 신뢰마저 무너지자 악순환은 멈출 수 없었다. 테라가 1달러 미만으로 곤두박질치자 테라폼랩스는 부랴부랴 루나를 대량으로 찍어냈으나 이는 오히려 시세 하락을 부채질했다.

곳곳에서 피해자가 속출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루나 가격 폭락 문제에 관한 질의에 “국내 루나 이용자가 28만명이며 이들이 700억개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온라인상에서는 시세 폭락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온라인 카페에서도 권 대표를 고소하려는 움직임이 목격된다. 인터넷 카페 ‘테라 루나 코인 피해자 모임’ 회원은 최근 1600명을 넘어섰다.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는 권 대표를 고소하고 그의 재산을 가압류해달라고 신청할 예정이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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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성 의문 제기

▷폭락장에 알고리즘 무력화

이번 폭락 사태의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연 수익률 20% 보장 메커니즘이다. 테라폼랩스는 투자자들이 테라를 예치하면 루나로 바꿔주고 최대 20% 이율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이런 방식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의문은 여러 외신을 중심으로 줄곧 제기됐다. 테라폼랩스 측은 자신들이 예대마진을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이 같은 고수익이 가능했다고 주장했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설득력이 없으며 일종의 ‘폰지 사기’와 다를 바 없다는 혹독한 비판을 내놓고 있다. 폰지 사기는 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 등을 지급하는 다단계 사기를 뜻한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서는 테라폼랩스가 보유한 루나 코인을 할인된 가격에 되팔아 20%의 약정 수익률을 제공했다는 의문을 제기한다. 달리 말하면, 테라폼랩스 측이 내다 파는 루나 코인을 받아줄 거래 상대방이 없다면 언제든 알고리즘이 무력화될 수 있는 구조다.

루나·테라의 가격 방어 메커니즘이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된 점도 논란거리다. 테라폼랩스 측은 루나를 찍어 테라를 사들이는 식으로 시세와 통화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어느 한쪽의 시세가 폭락할 경우 테라 생태계가 공멸할 것이라는 지적이 전문가를 중심으로 진작 제기됐다. 그럼에도 권 대표는 세간의 지적을 조롱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을 자초했다.

또 다른 논란거리는 묘연한 준비금의 행방이다. 테라폼랩스 측은 루나와 테라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비트코인 약 35억달러어치를 사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이 ‘뱅크런’에 대비해 중앙은행에 준비금을 예치하듯, 이들 역시 비트코인을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루나 시세가 폭락하자 테라의 가치를 유지하려 테라폼랩스 측이 준비금인 비트코인을 대량 매도할 것이라는 우려가 급부상했다. 테라 블록체인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 재단은 트위터를 통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1100여억원 규모로 투자자 보상에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일방적 주장일 뿐, 증거가 없다는 불신이 드세다. 일각에서는 이번 폭락 사태를 예측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인 공매도 세력이 존재한다는 음모론도 제기한다.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제도권 금융 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국채 등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한 또 다른 스테이블코인에서 ‘코인런’이 빚어질 경우, 대규모 국채 매도가 잇따르면서 채권과 환율 시장이 대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대부분 투자자가 자산 기반이 취약한 2030세대라는 점에서 국내 금융당국도 고심이 깊다. 아직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은 탓에 가상화폐 관련 감독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잘 준수하는지 점검하는 정도가 사실상 전부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본격 추진하는 한편, 산업 육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건전성 강화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0호 (2022.05.25~2022.05.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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