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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반도체·갤럭시 신화' 쓴 선대 회장처럼"...이재용, 뉴삼성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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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불확실성 속에서 대규모 투자 결단
포스트 메모리, 스마트폰 넘어설 먹거리 발굴
국가 경제에도 이바지...'사업보국' 이념 계승
한국일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평택=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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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상한 '뉴삼성' 구축에 가속도가 붙게 될 전망이다."

24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450조 원대 매머드급 투자 계획에 대한 재계의 평가는 이 부회장의 '뉴삼성'이 본격적인 색깔을 드러낼 것이란 시각으로 모아졌다. 이병철 선대 회장이 메모리반도체를 다진 데 이어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갤럭시 신화'를 썼다면, 이 부회장 또한 자신만의 '홀로서기' 경영에 필요한 초석 다지기에 돌입했다는 진단에서다.

총수의 과감한 결단...반도체·스마트폰 신화 쓴 이유


삼성전자는 위기 때마다 총수의 과감한 투자로 신시장을 개척, 미래 변화에 대응해왔다. 이병철 선대 회장은 1983년 2월 8일 일본 도쿄에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더불어 반도체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삼성을 비롯한 한국 전자산업이 걸음마 단계였던 상황에서 최첨단 분야인 반도체 생산은 불가능할 것이란 시각이 팽배했다. 임직원과 정부까지 삼성의 반도체 시장 진출을 반대하고 나선 이유였다. 일각에선 "삼성이 잘못된 투자를 했다가 실패할 경우 국가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선대회장은 “미래 한국의 산업을 위해 반도체는 필수”라며 임직원을 설득했고, 6개월 만에 반도체 공장 건설도 마무리했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내다본 이 선대회장의 결단에 따라 1983년 6월 64K D램 조립작업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1992년 유수의 일본 기업을 제치고 마침내 D램 분야에서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선대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 받았던 이 회장은 특유의 결단으로 '품질의 삼성' 설계에 착수했다. 이 회장은 “반드시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온다”며 휴대폰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했다. 이에 1988년 휴대폰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당시 세계 1위 업체인 모토로라 추격을 위해 생산량 확대에 올인했다. 이 과정에선 시행착오도 불거졌다. 성급한 마음에 주력한 생산량 확대가 불량률을 11%까지 늘렸고 '애니콜'로 명명된 삼성전자 휴대폰의 신뢰도엔 치명상만 입혔다.

극한 상황 속으로 내몰린 이 회장은 특단의 대책을 꺼냈다. 1995년 3월9일 판매된 휴대폰과 생산된 휴대폰 15만 대(500억 원 상당)를 경북 구미공장에서 임직원 2,000명이 모인 가운데 불태울 것을 지시한 것. 일명 ‘애니콜 화형식’이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는 완벽한 휴대폰 개발에 매진, 1996년 세계 최초로 이동통신에 사용되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을 적용한 'SCH-100' 휴대폰 출시에 힘입어 모토로라와 노키아까지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자신만의 성과 만들기 위한 대대적 투자...JY의 뉴삼성 시동


이 부회장이 단행한 대대적인 이번 투자도 선대회장의 발자취에서 흡수한 특유의 선견지명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메모리반도체·갤럭시' 발굴로 향후 30년간 삼성전자를 이끌 신사업 발굴에 직접 발 벗고 나섰다는 시각에서다.

아울러 국가 경제에 역동성을 주입, 삼성의 창업 정신인 '사업보국(사업을 통해 국가와 국민에게 이바지한다)' 정신도 계승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평소 신념도 이번 투자 결정에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은 2020년 11월 이 선대회장 33주기 추도식에서 "늘 기업은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어야 하며 사회에 희망을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던 회장님의 뜻과 선대회장님의 사업보국 창업이념을 계승 발전시키자"고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그동안 불확실성이 커지는 위기 상황에서 역발상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왔다"며 "이 부회장 역시 이번 투자를 통해 자신이 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드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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