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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G2 균형 깨진다… 對中 투자 24% 늘 때 美는 75%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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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일정의 처음과 끝을 국내 기업과 함께 하며 양국간 경제 협력을 강조하자 기업들도 북미 시장을 향해 지갑을 활짝 열고 있다. 반면 중국 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거리두기는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의 성장률이 점차 둔화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기업 활동 반경까지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해외 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 중에서도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경제계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미국에 대한 투자 강화 방침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방한 직후 삼성전자(005930) 평택캠퍼스를 찾아 삼성전자가 작년 5월 미국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계획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23일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엔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총 105억달러(약 13조원)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 선물을 안겨줬다. 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사장은 양국 간 태양광 사업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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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22일 오전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환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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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의 경제 협력이 한층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양국 관계를 전통적 안보동맹에서 미래지향적 경제안보동맹으로 한층 격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했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한미 양국이 반도체, 배터리 등 공급망 협력은 물론 첨단기술 분야에서까지 전략적 공조를 확대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양국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 재계 총수와 경제단체장이 이례적인 규모로 대거 초청됐다는 점도 경제 협력 강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의 최근 해외 투자는 북미 시장에 집중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 일정에 대해 백악관은 “한국 기업은 2020년 기준 620억달러(약 78조원)를 미국에 투자해 9만4000명 이상의 미국인 생계를 떠받치고 있다”며 “한국은 미국의 가장 큰 무역·투자 파트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7~2020년까지 4년간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액은 2013~2016년 대비 75% 증가했다. 미국이 한국의 제1위 투자국으로 올라선 것도 2017년부터다. 작년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4대 그룹(삼성전자·SK·현대차·LG)이 총 4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데다 최근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의 추가 투자가 속속 이뤄지고 있는 만큼 대미 직접투자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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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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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017년 이전까지 국내 기업이 가장 많은 투자금을 쏟아붓던 중국은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이다.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사업을 크게 키우기 어려워진 데다, 중국 정부가 대도시를 봉쇄하는 등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재수 전경련 지역협력팀장은 “제로 코로나, 공동 부유와 같은 비현실적인 정책을 중국 정부가 밀어붙이면서 기업들이 굉장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동남아가 중국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대중 투자는 확실히 위축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동 부유란 민간기업·고소득층의 부를 정부가 조절하고, 자발적 기부를 통해 인민과 나누자는 시진핑 주석의 국정 기조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대미 투자가 75% 증가하는 동안 대중 투자는 약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86%는 10년 전보다 현지 투자환경이 악화됐다고 전했고, 82%는 중국기업 대비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다고 했다.

국내 기업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도 점차 하락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1분기 중국 내에서 한국 차량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해 시장 점유율이 1.6%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2019년부터 1% 미만대로 떨어졌다.

중국 시장 철수를 고려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주중 독일상공회의소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460개 기업의 외국인 직원 28%가 고용 계약 만료를 전후로 중국을 떠날 계획이라고 답했다. 주중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 조사에서도 23%의 기업이 코로나 통제 때문에 투자 계획을 중국 이외 지역으로 돌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고,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조사에서는 기업 절반 이상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연기했거나 줄였다고 답했다. 애플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도, 동남아 생산 확대를 검토 중이며, 롯데그룹은 조만간 중국 상해에 위치한 중국HQ 법인을 청산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이 대거 중국 시장을 떠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 투자 의지가 위축된 것은 맞지만, 이전부터 중국 생산시설 확보를 위해 대규모로 투자해온 데다, 이미 확보한 고객과 협력사 등을 고려하면 철수, 이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수 팀장 역시 “중국은 우리 교역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인 만큼 중국 투자가 예전같지 않다 해도 철수하겠다는 기업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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