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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직설] 학교폭력이라는 스펙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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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아이돌 그룹 멤버를 둘러싼 학교폭력 의혹 논란이 일었다. 해당 멤버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사람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해당 멤버와 그의 친구들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법률대리인 측은 해당 아이돌의 기획사가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가 없음을 비판하며,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인 사회에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대답을 촉구하였다. 이에 기획사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해당 사실은 왜곡된 주장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일방의 입장만이 전달됨에 따라 생긴 오해이며, 의혹을 바로잡는 동시에 허위사실과 악의적 왜곡을 바로잡고, 해당 아이돌이 반성하고 있으며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이융희 문화연구자


아이돌, 그리고 연예인을 둘러싼 학교폭력의 논란은 새삼스럽지 않다. 벌써 몇 차례나 이러한 논란이 일고, 사라지고, 다시 일었다 사라지면서 수많은 사람의 면면이 연예계를 흘러갔다. 아직까지 위 사건에 대한 명백한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으니 개인의 잘잘못을 가릴 순 없으리라. 단지 우리가 보다 주목해야 하는 건, 이 ‘학교폭력’이라는 스펙터클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의 구조이다. 학교는 학생들을 지적·윤리적으로 교육하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배양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학교폭력은 범죄이며 교육기관이 올바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미디어는 언제나 이 학교폭력이라는 이슈를 마치 노이즈 마케팅처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미디어는 오로지 연예인의 학교폭력이라는 사안 자체만을 부각하고 끊임없이 소비한다. 학교폭력이라는 논란의 발생이 정당한가 또는 정당하지 않은가, 그래서 학교폭력을 한 사람은 아이돌을 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지엽적 문제만 끊임없이 이야기할 뿐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개인 또는 집단 당사자끼리 일어난 문제에 기업과 미디어가 개입하여 자본이 투자된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진다는 점이다. 지금도 사회의 곳곳, 학교의 구석에서 일어나는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이러한 구조는 학교폭력이란 사회문제의 해상도를 끊임없이 저하시킨다. 피해자는 사라지고, 논란이 일어난 가해자가 ‘연예계 생명’이라는 상품성을 위해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만 조명된다. 거대한 미디어가 스펙터클로 소비하며 2차 가해를 한 피해자를 어떻게 지켜줄 것인지는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러한 연예인들의 활동을 방어하기 위한 이야기조차 공공연하게 나온다. 연예인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당연히 ‘끼’가 있어야 하고, 끼와 재능이 넘치던 청소년 시기에 자연스럽게 발생한 일이라는 식이다.

SNS의 인플루언서를 비롯해 다양한 경력을 지닌 사람들이 사회로 나오는 시대이다. 이럴 때일수록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매스미디어는 조금 더 거시적인 방향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할 것이다. 타인을 괴롭혔던 사람들이 좋은 음악과 연기와 글로 보답하겠다는 뻔한 입장문은 이제 지겹다. 그들의 콘텐츠는 그 어떤 문화를 발전시키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의 폭력은 꿈을 펼치지 못한 수많은 학생을 좌절시키고 굴복시킬 뿐.

이융희 문화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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