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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IPEF 참여, 한미 신뢰회복 됐지만 中 자극않는 '세련된 외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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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이 남긴 과제- 석학인터뷰]②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태 연구소장

"글로벌 차원서 가치 연대 중요시해야"

"대중 관계 재정립 중요…협력 분야 많다"

"안미경중 끝났지만 더 세련된 전략 중요"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패러다임은 끝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통과 혼란이 따를 텐데, 이를 세련되게 극복할 외교력이 중요해졌습니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사회학과 교수)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22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 내내 ‘디테일’ ‘외교력’ 등을 입에 올렸다. 그는 “국제질서 전환점의 흐름을 읽은 잘 된 회담”이라고 총평하면서도 “중요한 건 이를 실행할 외교력인 만큼 시간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소장은 스탠퍼드대에서 18년째 아시아태평양을 비롯한 국제질서 관련 연구를 총괄하는 세계적인 재미 석학이다.

신 소장은 특히 ‘가치 연대’ ‘핵심 이익’을 중요하게 봤다. 국제사회에서 존중받는 보편가치, 즉 민주주의, 자유주의, 인권 등에 대한 준수 의지를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투자를 늘리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를 직접 찾은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신 소장은 “민간 기업들이 이렇게 전면에 섰던 적이 있었나 싶다”며 “결국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나라들이 협력하는) 경제안보 방향으로 간다”고 강조했다.

신 소장은 다만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등은 미국과 같이 가야 한다”면서도 “그 외에 소비재, 관광 등 중국과 협력할 분야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가치연대에 적극 동참한다고 해서, 반중 노선을 천명하는 식으로 중국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이데일리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은 “한국은 중국을 적으로 삼을 수도 없고 삼을 필요도 없다”며 “안미경중이 끝난 이후 더 세련된 대중국 전략을 짜는 게 외교팀의 핵심 과제”라고 했다. (사진=신기욱 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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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이 전면에 선 정상회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총평한다면.

△전체적으로 잘 된 회담이다. 미국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관계가 썩 좋았던 건 아니었으니, 지금이 더 낫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걸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할 지가 관건이다. 특히 중국과의 세련된 관계 재설정이 중요하다.

-경제안보 화두가 두드러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이 인도·태평양 쪽으로 적극 움직이는 계기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한 게 대표적이다. (IPEF는 미국 주도로 출범하는 새로운 경제통상 협력체로, 중국을 견제하는 경제안보 동맹 성격이 강하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부터 이 방향으로 갔지만,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을 이유로 주저했다. 이랬던 한국의 입장이 바뀐 것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프레임으로 더 가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의 중요도는 큰가.

△그렇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일본·호주·인도를 축으로 한 쿼드(QUAD)가 핵심이다. 그런데 인도가 대(對)러시아 제재에 제대로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인도는 냉전 시대 때 비동맹 노선을 유지했던 나라다. 중국을 견제하는데 참여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을 확실하게 돕지는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에게는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미국은 한일 관계를 어떻게 보나.

△미국이 가장 원하는 게 한·미·일 공조다. 문재인 정부 때는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고 대북정책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미국 내 아시아태평양 관련 토론의 장에서 한국은 고립됐다. 다시 중요한 일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모멘텀이 IPEF 가입이라고 본다. 워싱턴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방문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두 회사가 경제안보와 기술동맹을 상징하는 회사 아닌가. 과거 한미 정상회담은 군사동맹을 강조하는 이벤트가 대다수였다. 민간 기업들이 정상회담에서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 매우 이례적이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지난 20년간 중국은 분명 기회의 땅이었다. 그러나 기업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이후) 특히 외국 기업들의 중국 사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듯하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 노동력이 저렴한 미국 남부 텍사스주, 조지아주 등이 더 기업하기 좋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 기업들도 미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AI 등은 미국과 같이 갈 수밖에 없다. 이를 상징하는 회사가 삼성전자와 현대차다. 실제 두 회사는 미국에 투자를 많이 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이번 방문으로 감사 표시를 한 것이다. 또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일자리 확대와 관련한) 메시지까지 더한 것으로 본다.

“세련된 대중국 관계 재정립 중요”

-중국의 반발이 관건이다.

△그렇다. 주요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늘리는데 한국 정부가 나설 일은 많지 않을 것하다. 더 중요한 건 중국이 어떻게든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사드 보복 경험이 있지 않나. 그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따를 수 있다. 이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대중국 외교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중국이 이미 반발하고 있다.

△중국이 말은 그렇게 하지만 고민은 깊을 것이다. 한국을 적으로 돌려서 중국이 이득을 볼 게 없다. 한국 역시 중국을 적으로 삼을 수도 없고 삼을 필요도 없다. 서로 말은 거칠게 해도, 막상 협상에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소비재, 관광 등 양측이 협조해 도움이 될 게 얼마든지 있다. 안미경중이 끝난 이후 더 세련된 대중국 전략을 짜는 게 외교팀의 핵심 과제다.

-한국의 쿼드 가입은 어떻게 보나.

△일단 IPEF부터 적극 참여하는 게 순서다. 쿼드 가입은 시간을 갖고 봐야 할 문제다. 쿼드 자체가 일본의 아이디어다. (지난 정부 때부터) 한국과 일본간 신뢰가 워낙 깨져 있다. 일본이 한국의 쿼드 가입에 미온적이라면, 미국이 마냥 환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이 IPEF에서 신뢰를 쌓는 게 가장 중요하다.

-큰 전략 변화인 만큼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 일본과의 관계 개선 등은) 이를 실행하는 디테일한 외교력이 결국 관건이다. 한 번에 모든 걸 할 수는 없다. 모두 시간이 꽤 필요한 사안들이다.

신기욱 소장은

△연세대 사회학과 △미국 워싱턴대 대학원 사회학 석·박사 △아이오와대 교수 △UCLA 교수 △스탠퍼드대 교수(스탠퍼드대 인문사회과학대 첫 한국인 종신 교수)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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