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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평 동물카페에 갇힌 라쿤 가족…국회서 잠자는 야생동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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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시의 한 동물체험카페에 있는 라쿤방. 라쿤들은 캣타워나 집 안에 들어가 있다. 편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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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사람을 좋아해요."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동물카페에서 직원이 말했다. 5평 남짓해 보이는 '라쿤방'엔 캣타워 2개와 성인 무릎높이의 나무집이 있었다. 바닥에 놓인 건 밥그릇 3개가 전부였다. 너구리과 야생동물인 라쿤 2마리는 캣타워에 머리를 박고 있었고, 지난달 태어난 새끼는 집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비슷한 조건의 옆방엔 미어캣(몽구스과), 킹카주(너구리과 멸종위기종)가 살고 있다. 4층 야외공간엔 알파카(낙타과)와 꽃사슴이 울타리 없이 함께 산다. 직원은 "모든 동물을 만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야생동물 체험카페는 어린이나 커플들에게 인기다. 인터넷 후기에는 "보기 드문 동물을 가까이서 보니 아이가 좋아했다", "이색 데이트에 적합하다"는 평이 올라와있다. 하지만 "좁은 방에서 장난감도 없이 맨바닥에 있었다", "관리가 안된 동물을 보니 안쓰럽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동물카페·농장 전국에 240개



이 시설은 동물원이 아닌 '애견카페'로 구분된다. 반려동물 사육 기준을 따를 뿐, 라쿤이나 미어캣과 같은 야생동물을 키울 때 적용받는 기준이 없다. 야생동물이 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선 10종 50개체 이상인 동물원에 살고있어야 한다. 동물원은 의무적으로 사육사, 촉탁 수의사를 고용하고 치료실, 격리실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체수가 적거나 업주가 동물원 등록을 하지 않는 시설에 사는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현행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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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동물카페 옥상에 알파카와 꽃사슴이 함께 있는 모습. 편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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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 따르면 동물원이 아니면서 야생생물을 기르는 시설은 지난해 6월 기준 국내에 240개다. 약 5년 전 도심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카페나 체험농장 등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동물카페 금지법' 국회 통과 무산



지난해 국회에선 동물원 이외에 야생동물을 전시하지 못하게 하는 야생생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갈 곳이 없어진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충남 서천 등에 보호시설을 설치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하지만 지난 4월 "일괄 금지 조치는 자영업자를 과하게 규제하는 것"이란 이유로 개정안은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동물보호단체는 "개정안을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지난 수년간 조사한 결과, 대부분 동물카페는 야생동물이 생태적 습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공간, 공기, 햇볕이 부족하고 소음과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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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동물체험카페. 편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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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도 인수공통감염병 우려가 있는 만큼 국회에 계류된 개정안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박소영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상업 목적으로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건 동물원에서만 가능하도록 하는 게 기본적인 정책 방향이다. 다만 가축이나 파충류의 경우, 인수공통감염병 전파 우려가 없는 경우엔 전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개별 가이드라인'이 대책일 수도



반면 업계에선 “야생동물 전시를 일괄 금지하기보단 소규모 체험카페를 위한 기준을 새로 마련해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서울 마포구에서 라쿤, 미어캣 등을 전시하는 지효연씨는 "운영하던 야생동물 체험카페를 지난해 동물원으로 정식 등록해 기준에 맞춰 업장을 개조했다. '야생동물전시업'을 추가해 기준만 세워준다면 열악한 업체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경연 세명대 동물바이오헬스학과 교수도 "법을 바꾸기보다 동물별 사육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게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했다. 그는 "야생동물 전시를 규제하는 제도도 중요하지만 야생동물을 함부로 키우거나 다뤄선 안 된다는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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