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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오바마 초밥, 트럼프 화로구이, 바이든 ○○…日의 접대외교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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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바이든 대통령 방일 '2박3일' 일정 빠듯,

양국 정상 긴밀한 관계 만들 시간 이날 저녁 뿐…

일본 특유 '오모테나시' 환대 외교에 관심 뜨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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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도쿄 아카사카 궁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을 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C)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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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극진히 대접하는 일본 정부 특유의 '오모테나시(환대·접대) 외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대 동맹국인 미국 정상과의 회담은 물론 일본 방문 기간 내내 국빈 대접에 문제가 없었는지에 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민당 내부에선 그동안 일본을 찾았던 역대 미국 대통령들을 뛰어넘는 최상의 환대로 미·일 첫 대면 정상회담 성과를 거둬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재료로 삼자는 기류가 흐른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아사히신문·NHK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뒤 바이든 대통령을 접대할 만찬 장소로 일본식 정원을 갖추고 있는 도쿄의 유명 식당 '핫포엔'을 선택했다.

지난 22일 저녁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일왕 면담, 미일 정상회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선언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24일에는 쿼드(QUAD, 미·일·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24일 일정을 마치고 바로 미국으로 돌아가는 만큼 기시다 총리가 미국 정상을 특별히 대접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이날 저녁 하루 뿐이다.

시간이 한정적인 만큼 확실하게 환대하려는 기시다 총리의 의지가 강하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강하게 희망해 왔으며, 이번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참의원 선거의 발판으로 삼고 싶다는 의도가 있다고 진단했다.


"7월 참의원 선거 달렸다"…고심하던 기시다가 고른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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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만찬 장소로 알려진 일본 도쿄 '핫포엔'의 전경/사진=핫포엔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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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전문가인 기시다 총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만찬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파스타·아이스크림 등 소박한 음식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반영하려다 경호 상의 이유로 포기하고 핫포엔을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과거 외무상 시절 자신이 좋아하는 '오코노미야키(일본의 대표 구이 요리)' 식당에서 주일 미국대사 등을 대접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같은 방식을 고민했었다는 것이다.

핫포엔은 에도시대인 1600년대 만들어진 대저택으로 약 4만㎡(1만2000평) 부지 안에 수목·연못·정자·분재 등을 갖춘 일본식 정원이 조성돼 있다. 식당과 찻집, 결혼식장 등 시설도 갖춰져 있다. 이날 저녁 이곳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일본식 정식 만찬을 대접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 부인 유코 여사가 차를 끓여 바이든 대통령에 직접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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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만찬 장소로 알려진 일본 도쿄 '핫포엔'의 전경/사진=핫포엔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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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고즈넉한 분위기의 만찬장을 잡은 것은 지난 20일 한국에서부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지친 바이든 대통령에게 조용한 장소를 제공해 신뢰관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핫포엔 내에 있는 일본 음식점엔 '중국 혁명의 아버지'로 불리는 쑨원이 반청운동을 주도하며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만든 탈출구가 있는데 이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번 회담의 핵심안건이 '중국'인 만큼 관련 역사를 화제로 삼아 공감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풀이다.


美대통령에 유난스런 접대…오마바·트럼프 방문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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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 도쿄의 한 초밥집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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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에 대한 일본의 유난스러운 접대는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역대 미 대통령이 방문할 때마다 일본 내에선 "정권이 총력을 쏟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무역마찰, 시장개방압력, 중국의 팽창 등 현안에 정상간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국내외에 어필하는 것이 기본 공식이 됐다.

미국 현직 대통령 가운데 일본을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제럴드 포드 대통령(1974년)이었다. 이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일본을 1983년에 방문했는데, 당시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와 가까워져 서로를 '론', '야스'라고 불렀다. 나카소네 총리는 단단한 미·일 동맹을 과시하듯 자신의 별장으로 레이건 대통령을 초대하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를 계기로 일본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2002년에 도쿄에 이어 2005년에 교토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와 만나 "가족처럼 생각한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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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아베 신조 총리 부부가 화로구이 전문점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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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총리는 일본 최장수 총리를 지낸 만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맞았다. 2014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 당시 두 사람은 도쿄 긴자의 스시집에서 만찬을 가졌다. 노타이 차림으로 만난 이들이 스시집 카운터 자리에 앉아 대화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초밥을 좋아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만찬 장소를 정했는데 식사 당시 오바마가 초밥을 절반 가량 남겼다는 후속 보도가 나오면서 일본 내에서는 접대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17년 11월과 2019년 5월,아베 당시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화로구이 전문점에서 식사했다. 트럼프가 골프를 즐긴다는 점을 고려해 두 차례 모두 일본 프로 선수들과 함께 경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2019년에는 일본 전통 스포츠인 스모를 관람하기도 했다. 아베가 역대 대통령과 다른 방식으로 트럼프를 접대를 한 것은 "무슨 말을 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일각의 해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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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골프를 즐겼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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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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