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끊기기 전부터 잡히지 않는 택시…시민들·자영업자 "증차됐으면"
공공 개입 불가피하다는 택시기사 "택시 영업, 사형선고 받았다"
22일 오후 11시께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사람들은 택시 호출을 계속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들은 지하철이나 심야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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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22일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은 오후 11시가 되자 바쁘게 움직였다. 술집 영업시간이 채 끝나기 전이었지만 지하철과 버스 막차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일부는 택시를 잡기 위해 스마트폰을 바라봤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으려고 해도 모든 택시는 '예약'을 띄우고 도로 위를 달렸다. 한 승객은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았지만 서울 강동구로만 간다는 답변을 듣고 힘없이 택시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스마트폰을 들어 택시를 찾기 시작했다.
택시 대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황 때문에 택시기사의 수가 현저히 줄었지만 대책은 없기 때문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9년 12월 이후 2년 동안 택시기사는 2만6917명 감소했다. 아울러 유가 상승 등의 요인으로 인해 택시 영업의 수익성도 떨어지면서 기피하는 업종이 됐다. 이 같은 상황은 코로나19 방역 제한이 풀리면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날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택시는 지하철과 버스가 끊기기 전부터 잡히질 않았다. 본지 기자가 직접 오후 11시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택시를 호출했지만 거듭 실패했다. 택시를 타고 편하게 집을 가려던 시민들도 15분 넘게 길에 서있다가 택시 대란을 실감하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러 몸을 돌렸다.
22일 오후 11시께 본지 기자도 택시를 호출하려 했지만 계속해서 실패했다. /사진=카카오T 캡처 |
택시 대란에 시달린 시민들은 불편함 해소를 원했다. 직장인 조모씨(29)는 "지난주에 수원에서 용인 가는 택시를 잡으려다가 새벽 3시까지 기다린 적 있다"며 "요즘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류모씨(32)는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해제됐지만 택시가 없어 늦게까지 사람들을 만나기 부담스럽다"며 "증차를 통해 새벽에도 편안하게 이동했으면 한다"고 했다.
자영업자들도 내심 택시 증차를 바라는 눈치다. 새벽 시간대 손님이 생각보다 크게 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종각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강모씨(62)는 "방역 조치는 풀렸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달리 오후 11시만 되면 손님들이 빠져나간다"며 "이달 들어 매출이 지난달 대비 1.8배 늘어났지만 더 큰 매출을 올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반복되면서 서울시장 후보들은 관련 공약들을 내놓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시가 법인택시를 인수해 운영하는 월급제 공공택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무사고 법인 택시기사들로 심야 전용택시를 운영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웠다.
다만 택시기사들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이미 택시영업의 사업성에 사형선고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택시기사 전모씨(57)는 "한 달에 가스비만 70만원씩 택시기사가 부담하고 있는데 그 만한 비용 짊어지며 이 직업 택할 사람 없다"며 "법인들도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이상 민간이 운영할 만큼 사업성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민간이 버티질 못하기 때문에 공공이 개입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세금이 투입되는 문제인데 시민들이 적극 동의해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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