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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으로 시작해 현대차로 마무리된 한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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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마지막 날인 어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 현대차의 105억달러(약 13조원) 미국 투자 계획을 논의했다. 정 회장은 “미국 조지아주에 55억4000만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공장을 짓는 것에 더해 로보틱스·UAM(도심항공모빌리티)·자율주행·인공지능에 5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차의 투자가 미국에 8000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반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첫날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기술 동맹과 경제안보 협력을 다짐했다.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삼성전자로 시작해 현대차로 마무리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년 전에도 미국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삼성, LG, SK 등 미국에 투자한 한국 대기업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생큐”를 연발했다.

삼성, 현대차의 대미 투자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기술 굴기를 봉쇄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들이 단지 국제정치적 요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천문학적 당근책을 내걸고 해외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설립지를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市)로 결정한 것도 파격적인 투자 조건 때문이다. 미국은 삼성전자가 20조원을 투자하면 최대 9조원에 달하는 세액 공제를 해주고 재산세도 90%나 감면해주겠다고 했다. 만일 20조원을 한국에 투자했다면 공제받는 세금 혜택은 최대 2조원 정도다. 현대차의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투자도 부지 무상 제공과 대규모 세금 감면 등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한국은 반대로 기업들을 내쫓고 있다. 현재 한국 대기업 근로자 임금은 일본보다 1.5배 많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노동 생산성은 세계 꼴찌다. 차량 한 대 생산에 투입되는 시간이 현대차 울산공장은 26.8시간으로 일본 도요타(24.1시간)나 독일 폴크스바겐(23.4시간), 미국 포드(21.3시간)보다 훨씬 길다. 지난 5년간 환경·안전 관련 반기업 입법 폭주로 기업인들을 형사처벌할 법규 항목이 3000개에 육박했다. 기업인들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예비 범죄자’ 신세다. 강성 노조 횡포는 더 심해지고, 세계 흐름과는 반대로 법인세 세율까지 높아졌다. 이대로 두면 기업들의 한국 탈출은 계속될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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