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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 6개월…여전히 “확인할 방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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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 시행 6개월

지급의무 위반 554개 사업장 중 과태료 처분은 4곳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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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치과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ㄱ씨는 지난 3월 코로나19에 확진돼 일주일 동안 출근하지 못했다. 한 달 뒤 통장에 월급이 너무 적게 들어온 걸 본 그는 자신의 임금명세서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왜 이렇게 월급이 줄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ㄱ씨는 지난 1년 동안 직장에서 임금명세서를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 지 6개월이 됐지만 여전히 다수 사업장에서 임금명세서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세서를 지급하지 않아 고용노동부에 신고됐어도 과태료 처분을 받은 곳도 극히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22일 직장갑질119가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임금명세서 지급 위반 신고 통계’를 보면, 제도 시행 이후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 위반 신고 사건은 554건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이 227개(41.0%)로 가장 많았고, 5인 이상~30인 미만이 213개(38.4%), 30인 이상~100인 미만이 56개(10.1%), 100인 이상 사업장도 58개(10.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사업장은 4곳(0.8%)에 불과했다. 다만 노동부가 시정지시를 통해 권리구제를 한 사례는 223건(43.3%)이었다. 조사 결과 위반 없음, 각하, 취하 등으로 행정 종결된 건은 288건(55.9%)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조사중이다. 보통 임금명세서 지급 위반과 임금체불을 동시에 신고한 후 체불임금이 해결되면 명세서 지급 위반 신고를 ‘취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해 11월19일부터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은 임금명세서를 지급하지 않거나 허위∙부실로 작성하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 위반 시 노동자 1인당 1차 30만원, 2차 50만원, 3차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주고받고, 임금체불이 발생할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 간 액수 등에 대한 다툼의 소지를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일터에서 월급명세서를 확인하지 못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광고업체에서 일하는 ㄴ씨는 직장갑질119에 “회식에 불참했다고 연봉을 동결시키고, 상사가 술 먹고 새벽에 카톡으로 성희롱도 했다. 회사에서는 급여명세서도 주지 않는다. 야근을 많이 한 달에도 월급이 비슷해서 얘기했더니 (회사는)문제가 없다고 한다”고 제보했다. 10년 넘게 일하던 병원에서 해고를 당한 직장인 ㄷ씨 또한 “온갖 잡일과 허드렛일까지 했고, 야근도 많이 했는데 ‘너랑은 일을 못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했다. 임금도 적게 들어온 것 같은데 명세서를 주지 않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특히 불안정∙저임금 노동자들이 임금명세서를 지급받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비정규직(43.5%), 5인 미만(57.2%), 월 150만원 미만(55.8%) 노동자들이 임금명세서를 받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 심준형 노무사는 “영세사업장∙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근로기준법상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는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들에게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안호영 의원은 “임금명세서 교부 관련 사업장 지도와 함께 법 위반 사항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병행하도록 할 것이며, 사업장에서 임금명세서 교부 제도가 원활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를 통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월급명세서 안 준다고요? “월급도둑 신고센터가 있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20138.html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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