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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칸(프랑스), 김보라 기자] “아무래도 정우성이라는 배우, 정우성이라는 인간에 캐릭터 김정도를 투영해준 거 같다.”
배우 정우성(50)이 영화 ‘헌트’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누구보다 잘 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로 ‘이정재 감독’을 꼽으며 “우리끼리 현장에서 즐기지 말고 (영화를 만든다는) 본질적인 의미를 높이자 싶었다. 저는 시나리오에 쓰인 대로 표현했다”라고 이 같이 감독이자 절친인 이정재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정우성은 21일(현지 시간) 칸 테라스 드 페스티벌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제가 (이정재와) 친하다고 해서 의견을 낸다는 것은 감독의 주제의식을 훼손할 수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런 것은 영상으로 나왔을 때 입증이 된다. 그래서 감독을 기다리며 답답해하거나 ‘왜 저걸 못 보지?’ 참견하기 시작하면 영화의 본래 뜻이 오염이 된다. 옆에서 기다려야 한다”라며 감독과 배우로서의 위치를 설명했다. 사실 배우가 감독에게 여러 가지 방식과 의견을 제안할 순 있지만, 결국 최종 선택은 감독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어 정우성은 “이정재가 파김치가 돼 숙소로 돌아왔을 때 겉으로 말은 안 했지만 ‘웰 컴 투 더 헬’을 외쳤다. 왜냐하면저도 ‘보호자’ 때 경험을 해봤으니 고소했다.(웃음)”고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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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이정재 감독의 영화 ‘헌트’(배급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작 아티스트스튜디오·사나이픽처스)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 75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아 개봉에 앞서 전세계에 공개됐다.
정우성은 2008년 열린 61회 칸영화제에 비경쟁으로 초청받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감독 김지운)으로 레드카펫을 밟은 바 있다. 올해로 14년 만에 컴백한 셈.
이에 그는 “사실 그때는 ‘내가 또 언제 올 수 있을까’ 싶었다. 이번에도 물론 작품 초청에 대한 특별함이 있지만, 뭔가 이정재 감독이 더 자랑스럽다. 이정재라는 배우가 이제는 월드 스타다. 이제는 (칸영화제에) 있어도 당연한 듯한 자리다. 칸의 한순간 한순간을 음미하는 느낌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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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칸에 와서 같이 저녁을 먹는데 행복했다. ‘23년 전 압구정동에 있던 우리가 같이 칸에 와 있네?’ 싶더라.(웃음)”고 덧붙였다. 이에 ‘세월이 흐를수록 이정재와 점점 닮아간다’고 하자, “옆에서 오래 보니 저희들의 표정이 닮는 것도 같다. 부부는 닮아간다고 하지 않나. 저희는 이제 익숙하다. 저희끼리는 닮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정재가 쓰고 연출한 ‘헌트’는 12.12 군사반란으로 군을 장악하고, 1980년 5.18 민주화 운동을 유혈 진압해 국정의 실권을 장악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정우성은 배경에 대해 “한반도에서 스파이물을 본다는 것은 어느 시대로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두 남자의 신념 갈등과 회복, 외로움을 담고 싶었다. 어느 시대에 놓느냐는 건 선택이지 특정 시대를 묘사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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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암살이라는 목적을 갖고 안기부 안으로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해외팀 차장 박평호와 국내팀 차장 김정도가 서로를 의심한다. 이른바 ‘동림’으로 알려진 북한의 남파 간첩의 책임자를 찾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두더지로 의심하며 거칠게 싸운다.
액션에 대해 “물리적인 체력의 저하로 긴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바로 지친다.(웃음) 각자의 경험도 있고 경력도 있고 해서 (액션보다) 심리적인 요소에 신경을 썼다. 액션은 시각 및 음향효과 등이 있지 않나. 마지막까지 가기 위한 (서사의)채움은 심리전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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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조직원이라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식상할 수 있는 영화 속 캐릭터지만 이번 작품에서 정우성의 새로운 얼굴과 표정을 만나 볼 수 있다.
“이정재 감독이 늘 옆에서 봐왔던 정우성을 디자인했고 저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풀어줬다. 저는 시나리오에 나온 그대로 했다. 궁금한 점이나 의견을 굳이 묻지도 않았다. 그래야 관객들이 김정도에게 다가오는 데 선입견이 없을 거 같더라. 그게 최우선이어야 했다.”
국내 개봉은 올 여름.
/ purplish@osen.co.kr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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