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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금리 오르는데…" 저금리 부동산 대출? 해외지점 꼼수 달러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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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김상준 기자, 양성희 기자, 김남이 기자] [국내은행 해외지점 저리 조달 외화로 국내 임대사업자에 대출

수출입·중소 제조업체 실수요 외화대출 취급규정 사실상 우회

해외지점 외화가 부동산 자금으로 "용도제한 취지 맞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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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이 달러화나 엔화 등 해외 지점의 외화를 끌어다 국내 부동산 임대사업자(법인) 등에 저리로 대출(역외 외화대출) 해주는 영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외화대출은 외화가 꼭 필요한 실수요 해외 수출입기업이나 중소 제조업체의 국내 시설자금 용도로만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되는데 해외 지점은 이같은 용도 제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허점을 이용한 대출 장사다.

21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임대사업자인 A법인은 최근 대출 거래은행을 바꾸는 과정에서 기존보다 1%포인트 가까이 낮은 금리로 약 200억원을 대출 받았다. 새로 거래를 튼 시중은행은 대출 상담 과정에서 "해외 지점에서 바로 자금을 조달해 다른 은행보다 금리를 낮게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소재 기업들이 국내 은행 해외 지점을 통해 싼 금리에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난해부터 크게 늘고 있고 상당수 은행들이 법인 임대사업자 등 기업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이들 4대 시중은행의 외화대출(외화대출금+역외 외화대출금 등) 평균 잔액 합산액은 79조1306억원으로 지난해 말(68조7404억원)보다 10조원 이상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산 등 어려운 경기 여건에 기업들의 외화대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크지만 은행들이 기업대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해외 지점 외화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영업 경쟁을 벌인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은행 해외 지점의 외화대출은 역외(해외)에서 대출이 실행되지만 거주자(국내 기업) 대상이라는 점에서 본점 외화대출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지점이 지급보증서를 발급해 해외 지점에 보내면 이를 근거로 달러화나 엔화 등 외화로 대출이 실행되고 자금이 국내로 송금된다"며 "은행 본점에서 금리·통화스와프 등을 통해 환리스크를 상쇄해 원화로 바꾼 후 고정금리를 확정하고 대출을 내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국내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뛰면서 해외 지점을 통한 대출과 금리 차이가 50~100bp(0.5~1.0%) 혹은 그 이상 벌어졌다"며 "기업대출을 늘리려는 은행과 저리 대출을 찾는 기업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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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해외 지점에서 들어온 외화가 국내에선 용도 제한 규제로 외화대출을 받을 수 없는 임대사업자 등의 부동산 투자자금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 외화대출 취급지침에 따르면, 외국환은행이 거주자에게 제공하는 외화대출은 해외 실수요 용도의 자금에 한해 허용된다. 수출입 기업에 꼭 필요한 외화를 지원한다는 취지다. 예외적으로 중소 제조업체는 시설자금에 한정해 국내 사용 목적의 외화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시설자금이 필요한 중소 제조기업을 제외하면 외화대출을 받아 국내에서 사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는 셈이다.

국내 은행 해외 지점이 국내에 있는 기업(거주자)에 대출을 해주는 건 엄밀히 용도 제한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규정 위반은 아니다. 한은의 외화대출 사례집에는 "외화대출 용도 제한을 받는 외국환은행은 '국내 영업소'에 한정돼 해외 지점이 거주자에 취급하는 외화대출은 용도제한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돼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이 역외(해외 지점)에서 실행되고, 국내에선 원화대출로 집행된다는 점에서 외화대출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은행업계에선 외화대출이 제조기업 시설자금이 아닌 부동산 임대사업으로 흘러가는 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많다. 외화대출 용도를 제한하는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의사나 한의사 등 개인사업자들이 싼 금리의 엔화대출을 마구잡이로 빌려 부동산 등에 투자했다가 환율 변동으로 어려움을 겪자 2010년 외화대출 용도제한 취급 규정이 다시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며 "취지를 생각한다면 국내 영업소든, 해외 지점이든 외화대출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고 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도 "해외 현지 진출 국내 기업을 지원해야 하는 해외 지점이 국내 본점이나 현지에서 조달한 외화를 국내로 다시 들여와 부동산 시장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은행업계에선 제도적 구멍이 있다면 외화대출 용도제한 취지를 살리는 방식의 보완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양성희 기자 yang@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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