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집무실, 관저로 보기 힘들어”
참여연대·평통사 집회 가능 결정
집무실 맞은편, 낮12시~5시 조건부
경찰 “법원이 허가한 집회만 허용, 나머지는 100m 이내 집회금지”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20일 참여연대가 경찰의 집회금지 조치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집무실 담장으로부터 차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20m 떨어진 건너편 보도와 차로에서 오후 12~5시 약 5시간 동안 집회를 열 수 있다”고 결정했다. 참여연대는 “종속적 한미관계를 바꾸라”는 주장을 펼 예정이다.
재판부는 경찰과 달리 관저는 대통령이 생활하는 주거 공간이라, 집무실이 관저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100m 이내 집회 금지 규정’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활동을 방해할 우려가 없는 집회는 집무실 인근에서 열 수 있다고 제한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돌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찰 주장을 받아들여, 집무실에서 20m 떨어진 건너편에서만 집회를 열도록 했다.
이날 같은 법원의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도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이 경찰의 집회금지 조치에 대해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평통사는 집회에서 ‘미군의 전시작전권 회수’를 주장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1일 성소수자 인권 단체가 경찰의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금지 조치에 대해 낸 사건을 포함해 법원이 3차례 연속 집회 주최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법원 결정은 민사재판의 가처분 같은 잠정적인 결론이다. 1심 본(本) 재판의 결론은 앞으로 심리를 더 거쳐야 한다. 경찰은 본 재판 결론이 나올 때까지 ‘100m 이내 집회 금지’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 범위 안에서 집회를 하려면 매번 법원 허가를 받아오라는 것이다. 하지만 진보 성향 단체들은 “경찰이 법원 결정을 무시하고 집회 자유를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어 경찰과 집회 주최 측의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경찰 안팎에선 법원 결정이 용산 집무실 근처 집회를 폭넓게 허용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집회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온 후 용산 일대에 각종 집회가 쏠리고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국내에 머무는 20~22일에 용산 일대에서만 반미(反美) 집회 등 50여 건의 크고 작은 집회가 신고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통령 집무실이 도심에 자리 잡은 게 처음인 데다 새 정부 초기인 만큼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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