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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시끄러워' 대학생이 고발한 청소노동자..."황당하고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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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옥 민주노총 연세대분회장
"학생들 때문에 먹고 살아 피해 안 주려
소형 앰프로 학생회관서 집회했는데..."
'시험기간만이라도 앰프 꺼달라' 주장엔
"저희는 학교가 근로장소... 쟁의할 수 있어"
한국일보

최근 연세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청소노동자의 집회 소음이 학습권을 침해한다'며 노동조합을 고소·고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는 지난 3월부터 '최저임금 인상분만큼의 임금 인상'과 '정년퇴직자 충원' 등을 요구하며 오전 11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학생회관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제4공학관에서 만난 청소노동자 김모(64)씨가 일하는 모습.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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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소음이 학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대학생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 측이 "노동조합이 생긴 지 15년이 됐는데 이런 역사는 한 번도 없었다"며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현옥 분회장은 19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 인터뷰에서 "노동조합이 처음 생길 때 학생들이 많이 도와줬고 지금도 도와주는 학생이 많다"며 "학생이 고소했다니까 너무 황당하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이모(23)씨는 최근 '학교에서 진행하는 집회 소음이 수업권을 침해한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연세대분회 측을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신고 집회'라며 집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김 분회장은 이날 "학생들 때문에 저희도 일하고 먹고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될 수 있으면 피해를 안 주려고 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집회 때) 소형 앰프를 사용하고 있고 도서관이 아닌 학생회관 쪽으로 틀어놓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서관에서 소음이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직접 실험도 해봤다고 했다. 그러나 "앰프를 틀고 도서관 쪽으로 가 봤는데 소리가 안 들렸다"며 "안내데스크에서 학생들이 문을 여닫으면 그때만 살짝 소리가 들려서 (이후) 소리를 작게 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해당 학생이 학교를 통해 시험기간만이라도 집회 앰프를 꺼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노조가 받아주지 않자 고소를 했다고 한다'며 입장을 묻자, 김 분회장은 "저희는 학교가 근로장소잖아요. 하청노동자들도 노조 활동과 쟁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판결이 나왔잖아요"라며 법률에 따른 정당한 집회라는 입장을 밝혔다.

집회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학생의 문제제기에는 "집회 신고를 안 해도 집회를 할 수가 있다는 판결이 있다"며 15년 동안 쟁의 기간마다 신고를 안 하고 집회를 해왔다고 말했다.

연세대분회는 3월 말부터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①임금 인상과 ②정년퇴직자수에 상응하는 인원 충원, ③샤워실의 충분한 확보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학교 측과 교섭이 결렬되자 집회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분회장은 임금 인상은 최저임금 상승분 440원만큼 올려달라는 주장이라며 "원청인 학교에서 안 올려주고 있다"고 했다. 또 퇴직자 충원이 안 돼 노동 강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는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는데, 오전 6시까지 오는 분은 한 분도 안 계신다"며 "오전 4시반이 되면 거의 다 오셔서 일을 시작한다. 학생들이 나오기 전에 다 청소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김 분회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샤워실 확충이다. 그는 "(새벽에 바쁘게 일하면) 땀을 엄청 많이 흘린다"며 "퇴근할 때 버스 타고 가면서 '냄새나지 않을까', '저 사람이 나를 쳐다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정말 샤워하고 싶은데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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