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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재정준칙 새로 만들어 국가채무 규모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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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출통제 강화 법제화 추진

동아일보

정부가 기존 재정준칙안보다 재정통제 수위를 높인 새로운 재정준칙을 만든다. 재정준칙안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데, 더 강화된 재정준칙을 만들어 법 개정을 다시 하는 것이다. 재무건전성 목표치를 기존보다 높여 재정을 더 철저히 관리하고, 복잡한 산식을 단순화해 중장기 재정 여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19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소요 예산, 세입과 세출 장기 전망 등을 토대로 새로운 재정준칙 마련에 착수했다. 허용하는 국가채무 비율이나 재정적자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채무 비율이나 재정적자 한도를 시행령이 아닌 국가재정법에 아예 명시해 국회에 개정안을 다시 제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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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재정준칙안은 2020년 10월 ‘한국형 재정준칙’이란 이름으로 발표됐다. 국가채무를 일정 수준 이하로 묶어두는 ‘채무준칙’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를 제한하는 ‘재정수지준칙’을 결합한 개념이다. 당시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에서 재정준칙을 시행령으로만 반영해 강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준칙의 산식도 복잡해 향후 재정 여력을 가늠하기 힘들어 재정지출을 적절히 조절할 수 없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재정적자 1분기에만 45조… 법 만들어 나랏빚 급증 막는다

尹정부, 새 재정준칙 수립 추진
文정부 5년 국가채무 400조 늘어… 강제성 없는 시행령서 법제화 추진
채무-재정수지적자 비율 낮추고 씀씀이 제한 ‘지출준칙’ 도입 거론
재정준칙 산식도 간소화 방침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재정준칙 강화에 나선 이유는 나랏빚 증가세가 워낙 가파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지출로 국가 채무가 급격히 늘어 ‘재정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가 향후 5년간 국정과제를 이행하려면 209조 원의 재원이 필요한 만큼 다른 재정 지출 통제도 불가피하다. 여기에 빠르게 진행되는 저출산 및 고령화에 대응하려면 앞으로 재정이 탄탄해야 하는데 빚 부담이 늘어 미래세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 정부 “지속가능한 기준 마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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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2020년 10월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60%,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한국형 재정준칙’이 담겼다. 윤석열 정부는 여기에서 재무건전성 지표인 ‘국가채무 비율’과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낮춰 건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재정 운용을 위해 바람직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인 여건을 고려해 준칙 개정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재정준칙 산식도 간소화할 방침이다. 기존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비율을 60%로 나눈 값’과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3%로 나눈 값’을 곱한 수치가 ‘1’을 넘기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넘더라도 재정 적자를 낮추면 준칙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유럽연합(EU) 등 일부 선진국은 국가채무 비율이 GDP의 60% 이하이면서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3% 이내가 되도록 두 지표를 각각 통제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재정준칙엔 없는 ‘지출준칙’을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지출 한도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지출준칙은 미국과 EU, 스웨덴 등이 시행 중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한국의 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국가채무 비율은 갈수록 오를 것”이라며 “채무준칙으로는 재정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어 지출준칙을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기존 재정준칙안도 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치면 적용을 면제할 수 있고, 경기가 둔화돼 재정을 풀어야 하면 기준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인 59조4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한 것처럼 경제위기 대응에 재정을 풀 필요가 있으면 재정준칙 적용을 피할 수 있다.
○ “국가채무 증가 속도 매우 빨라”

국가채무는 지난 5년간 급격히 불어났다. 2017년 본예산 기준으로 660조2000억 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1차 추경 기준으로 1075조7000억 원으로, 415조5000억 원(63.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채무 비율은 2017년 39.7%였지만 올해 50.1%로 10.4%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그나마 정부가 2차 추경으로 채무 9조 원을 갚기로 하면서 국가채무는 1067조3000억 원,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9.6%로 떨어질 예정이다.

기재부가 19일 발표한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통합재정수지는 33조1000억 원 적자를 보였다. 지난해 1분기(1∼3월)보다 적자 폭이 3조 원 늘어난 것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해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45조5000억 원 적자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달 17일 ‘해외 주요국의 재정준칙 시행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은) 총량적인 관점에서는 재정건전성을 양호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정부지출 및 채무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뿐 아니라 공기업 부채 및 가계 부채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해, 국가채무 수준을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다소 보수적으로 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준칙과도한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 국가채무 비율 등 주요 재정 지표를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도록 만든 규범.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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