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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12만원 코인→0.1원, 51조원 증발에 3일…루나 사태 전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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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테라 사태 파장에 G7의 규제 가능성 등이 겹쳐 암호화폐 대부분이 하락세다. 비트코인은 19일 3만 달러 선이 깨졌고, 이더리움·도지코인 등도 약세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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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폭락한 국산 코인 테라와 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가 새로운 테라 블록체인과 코인 만들기에 나설 태세다. 이를 위해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테라 보유자가 이용하는 전자지갑 사이트 ‘테라 스테이션’에는 지난 18일 ‘테라 네트워크의 재탄생’이란 제목의 투표가 올라왔다. 새로운 테라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권 대표가 이날 트위터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기존 테라 블록체인은 ‘테라 클래식’, 기존 루나 코인은 ‘루나 클래식’으로 변경하고, 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테라와 루나로 명명한다”는 것이다. 19일 오후 5시 기준 전체 테라 보유 지분 중 39.49%가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77.98%가 찬성표를 던졌다. 테라 보유 지분 중 40%가 투표에 참여하면 정족수를 충족한다. 앞서 지난 17일 권 대표는 ‘테라 리서치 포럼’에 ‘테라 재건 계획 2’를 제안했다. 권 대표는 “테라의 블록체인 코드를 복사해 새 네트워크를 만드는 ‘하드포크’를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테라 리서치 포럼에서는 19일 오후 5시 기준 총 6954명이 투표해 91%가 반대를 선택했다.

테라 스테이션과 테라 리서치 포럼에서 투표 결과가 엇갈리는 건 투표자가 다른 탓으로 분석된다. 테라 스테이션 투표는 현재 테라를 보유하고 있는 이용자만 가능하고, 테라폼랩스 측 지분이 많은 탓에 포럼 이용자의 여론조사와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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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편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일부 벤처캐피털은 폭락 전 수익 실현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테라폼랩스에 초기 투자한 헤지펀드 판테라 캐피털은 보유 루나 중 80%를 서서히 팔아치워 초기 투자금의 10배 수준인 1억7000만 달러(약 2170억원)를 벌어들였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홍콩의 벤처 기업 CMCC글로벌의 창업자 마틴 바우만도 지난 3월 보유하고 있던 루나를 100달러 수준에 전부 팔았다. 바우만은 NYT에 “테라와 루나에 대한 기술적 측면에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루나·테라 투자자는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LKB)를 통해 19일 서울남부지검에 사기 혐의 등으로 권 대표와 법인 테라폼랩스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사건은 한동훈 법무부장관 취임 후 부활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수사할 가능성이 있다. 수많은 개인 투자자 손해를 불러 온 루나·테라 사태의 전개 과정과 쟁점 사항을 정리해봤다.

Q : 테라는 어떤 암호화폐인가.

A : 테라(UST)는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 ‘테라폼랩스’가 만든 암호화폐다. 테라는 1달러와 가격이 같게 유지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테라폼랩스는 다양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테라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할 계획이었다.

Q : 스테이블 코인이 뭔가.

A : 스테이블 코인은 이름 그대로 안정화(stable)를 추구하는 암호화폐다. 많은 스테이블 코인은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와 1대1 가치 연동(1코인=1달러)이 되도록 설계됐다. 가상자산인 암호화폐는 실제 가치를 담보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게 스테이블 코인. 1달러에 가치를 고정하기로 한 스테이블 코인은 보유자가 환불을 원하면 1달러를 돌려주는 것을 약속한다. 스테이블 코인 중 가장 규모가 큰 건 테더(USDT)다. 테더를 포함한 대다수 스테이블 코인은 투자자의 예치금으로 달러나 채권 등 안전한 유동자산을 구매해 실제 가치를 담보한다.

테라 대출금리 〈 예치금리 ‘역마진 구조’… 폰지 사기 비판 불러

Q : 테라는 어떤 원리로 구동하나.

A : 가치안정화를 위해 유동자산(현금이나 채권 등) 담보물을 구매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암호화폐로 테라를 사고팔아 테라의 통화량을 조절해 1달러 가치를 유지한다. 테라폼랩스는 알고리즘이 이 거래를 자동으로 수행하도록 설계했다. 이런 종류의 암호화폐를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부른다. 달러나 채권을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에 비해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안정성이 취약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 때문에 테라폼랩스는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비트코인 등 다른 암호화폐를 사들였다.

Q : 테라를 만든 권도형 대표는 누구인가.

A : 권 대표는 1991년 한국에서 태어났고 대원외고를 졸업한 뒤 미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엔지니어 출신으로 알려졌는데, 정확히는 각각 3개월 인턴으로 근무했다. 2018년 테라폼랩스를 창업했다. 권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화제를 만들며 테라의 팬덤을 구축했다. 지난해 7월 영국의 경제학자 프랜시스 코폴라가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권 대표는 “난 트위터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논쟁하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지금 당신에게 줄 잔돈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2020년 7월엔 “교과서적인 폰지 사기에 당한다면 비난받을 사람은 (사기를 당한) 당신뿐”이라고 트윗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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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 보유자 현황



Q : 루나는 어떤 코인인가.

A : 루나(LUNA)는 테라의 가치 안정화를 위해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암호화폐다. 테라폼랩스가 만든 알고리즘으로 테라의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 발행한 루나로 테라를 매입해 가격을 올린다. 반대로 테라의 가격이 1달러 위로 오르면 테라를 팔고 루나를 구매해 테라의 가격을 낮춘다.

Q : 왜 폰지 사기란 말을 듣나.

A : 테라폼랩스는 투자자들이 테라를 구매하도록 유인하기 위해 ‘앵커 프로토콜’이란 걸 만들었다. 테라를 구매해 앵커 프로토콜에 맡기면 이자를 주고, 반대로 이자를 내고 테라를 빌려 다른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도 있다. 앵커 프로토콜에서 한도 없이 예치금에 연 19%의 이자를 지급했다. 많은 자금이 테라로 몰렸다. 반대로 테라를 빌릴 때 적용하는 대출 이자는 연 12.4%였다. 대출 금리보다 예치 금리가 더 높은 역마진 구조다. 이 때문에 후속 투자금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폰지 사기’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Q : 루나는 왜 폭락했나.

A : 5월 8일 테라의 가격이 0.99달러로 내려갔다. 이전에도 테라의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내려간 적이 있었지만 알고리즘 거래를 통해 금방 1달러로 회복했다. 하지만 이번엔 하루 넘게 0.98~0.99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동요하던 투자자들이 테라를 팔고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자 5월 10일 오전 테라는 0.68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결국 5월 12일 0.1달러 수준까지 내려왔다. 한때 100달러가 넘었던 루나 역시 12일 하루에만 99%가 빠지며 0.1달러 수준이 됐다. 51조원 규모의 암호화폐가 증발하는 데는 약 3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5월 13일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를 포함한 대다수 거래소에서 루나를 상장 폐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 담보물이 없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상승기에 잘 나갔지만, 시장에서 거래 수요가 줄어드는 순간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테라와 루나의 가치는 이것이 유지될 거란 투자자의 믿음에서 기반을 둔다. 믿음이 깨지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Q : 권도형 대표와 테라폼랩스 측은 어떤 해명을 하나.

A : 테라폼랩스가 루나 생태계 확장을 위해 만든 루나 재단은 5월 16일 트위터를 통해 “테라의 가격 방어를 위해 지난 9~13일 보유한 비트코인 8만여개 등을 사용했다. 현재 비트코인은 313개가 남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 3조5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가격 방어에 실패했단 주장이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는 이런 해명에 의문을 제기한다.

Q : 피해자 규모는 얼마나 되나.

A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국내 루나 투자자는 약 28만명이고 약 700억개의 루나를 보유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투자자 보호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암호화폐 시장이 법적으로 제도화 되지 않아 금융당국이 감독이나 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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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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