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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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통화스와프(통화맞교환) 계약 재체결 또는 그와 유사한 협정에 대한 합의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낮게 봤다. 통화스와프 등의 표현이 오히려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상간 공동선언문에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는 등의 원론적 합의만 담고, 구체적 논의는 추후로 미루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한미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에 대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순수하게 경제적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경제적인 관점에서 판단하고 스와프란 용어를 쓴다"며 "취임 11일 만에 한국 경제 펀더멘탈이 탄탄한 것 같은데 그 단어를 쓰는 것은 무리가 따르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는 두 국가가 현재의 환율로 필요한 만큼 돈을 교환하고 특정한 기간에 미리 정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를 뜻한다. 마치 마이너스통장 같은 개념으로 달러가 필요할 때 빌려 쓸 수 있어 외환 위기 상황에서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준과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2010년 2월1일 종료했다. 이후에는 코로나19(COVID-19) 발발로 신흥국 자본지출이 확대되던 2020년 3월19일 600억달러 규모로 통화스와프를 재체결, 3차례 연장 끝에 지난해 12월31일 종료했다.
당시 통화스와프 체결은 외환시장 안정에 큰 도움을 줬다. 2020년 3월19일 1285.70원(종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통화스와프 체결 직후 외환유동성 경색 우려가 해소되면서 하루 만에 39.2원이 하락했다. 이 때문에 최근 외환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한미통화스와프를 재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화스와프'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때 한국 경제가 위기상황이라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이 이를 무리하게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은 낮고, 시장 안정을 위해 양국 협력을 강화한다는 수준의 합의만 이뤄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스와프 추진은 해외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경제 불안의 방증으로 비칠 수 있어 대통령실에선 대외적으로 애매한 표현을 사용했을 수 있다"며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려면 과거 사례를 참고해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 등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도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려면 한은과 연준이 논의를 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최근 환율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한은에서 충분히 생각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통화스와프를 언급하면 불안한 상황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번에는 여러 국가가 함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는데 만약 특별하게 우리나라만 맺는다면 우려를 자아낼 수도 있다"라면서도 "환율이 1300원선을 위협하며 심상찮게 움직이고 있어 거시 건전성 측면에서 논의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말 통화스와프 계약 종료에 맞춰 한은은 연준과 거래한도 600억달러 규모의 '피마 환매조건부매매거래 제도'(FIMA Repo facility)를 체결했다. 이는 한은이 외환보유고로 갖고 있는 미 국채를 환매조건부로 달러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통화스와프 만큼은 아니지만 외환시장 안정에 효과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이 계약을 맺은 이후 실제로 자금을 활용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1원 오른 1277.7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2일 종가기준으로 1288.6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하면서 1266.6원까지 내려왔지만 이날 다시 1270원대에 안착했다. 시장에서는 간밤 미국 주식시장이 스태그플레이션(물가급등 속 경기침체) 우려로 큰 폭 하락했고, 국내 증시도 낙폭을 키우면서 원/달러 환율이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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